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필동정담] 유쾌한 말 걸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토크쇼의 황제 래리 킹은 1995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라도 말 걸기, 좋은 대화의 비밀'이라는 긴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국내에서는 '대화의 신'으로 번역됐는데 농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당신 스스로 테스트해보라. 당신이라면 (1)낙하산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겠는가 (2)파티에서 처음 본 사람 옆에 앉아 말을 걸겠는가. 혹시 1번을 선택했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라.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이 책에서 그가 반복해 강조하는 대화의 비법은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솔직함 또는 마음 열기, 진정으로 공감하며 경청하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그것이다.

먼저 솔직한 태도로 마음 열기에 대한 그의 조언을 들어보자. "당신 앞에 선 사람은 언제나 숫기가 없고 부끄럼을 많이 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선 그의 감정에 푹 빠져 강한 연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진지해서는 곤란하고 자연스러운 유머로 분위기를 바꾸기 바란다." 다음은 경청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잘 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 당신 이야기를 하는 건 삼가야 한다. 집중해 듣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오는 것이다." 경청과 솔직함은 성공적인 대화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여기에 호기심과 열정이 더해져야 한다. "익숙한 주제라도 새로운 각도로 봐라. 명백한 사실 너머엔 넓은 수평선이 있다. 많은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잘 듣게 마련이다. 열정적으로 듣고 말하다 보면 가보지 않았던 영역에 닿을 수 있다."

'대화의 신' 래리 킹이 지난 23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호기심 많은 그는 저승에서도 유쾌한 말 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어쩌다가 여기에 왔수?" 멜빵을 멘 그가 이제 막 하늘나라에 도착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떠오른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