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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연주자들이 유독 좋아하는 ‘프랑크 소나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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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프랑크(1822~1890)를 ‘대중적’인 작곡가라고는 말하기 힘들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성가곡 ‘생명의 양식’으로 주로 기억되죠. 하지만 연주자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곡이 있습니다. 64세 때인 1886년에 쓴 단 한곡의 바이올린 소나타입니다. 프랑크는 이 소나타 A장조를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음반도 많이 나와 있고 음악애호가들도 제법 좋아하는 곡이지만 연주자들이 이 곡을 더 사랑하는 편입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만든 곡인데, 첼리스트와 플루티스트도 원래 첼로나 플루트를 위해 쓰인 것처럼 즐겨 연주합니다. 심지어 색소폰이나 튜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악기 연주자들이 연주한 이 곡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유독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곡에는 프랑크가 가진 고유한 장기들이 꼭꼭 다지듯 집약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만 들자면, 순환형식, 돌림노래, 잦은 조바꿈을 들 수 있겠습니다.

순환형식이란, 앞의 악장들에 나왔던 선율이나 동기(모티브)를 뒤의 악장들에 다시 불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약간 바뀌어서 쓰거나, 거의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죠. 실은 베를리오즈나 리스트 등 먼저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곡가들의 전통을 계승한 것입니다. 순환형식을 사용하면, 처음엔 불분명했던 것들이 뒤로 갈수록 모이면서 통일되고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앞의 악장들에서 제시된 것들이 새로운 질서를 이루면서 지혜를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시대에 나온 다른 작곡가들의 소나타에서 느끼기 힘든 매력입니다.

돌림노래는 설명하기 쉽습니다. 어릴 때 많이 불러봤죠? ‘오리는 꽥꽥’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같은 노래를 여러 명이 시간차를 두고 시작하면 화음을 이루면서 듣기 좋은 노래가 되죠. 이른바 ‘카논’이라고 하는 기법의 일종인데, 카논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카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소나타 A장조의 마지막 4악장에서 프랑크는 이 돌림노래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매우 아름다운 효과를 냅니다. 피아노가 앞서가고, 바이올린이 쫓아갑니다.

이 곡의 마지막 매력으로는 프랑크 특유의 잦은 조바꿈(전조·轉調)을 들 수 있습니다. 프랑크는 섬세한 조바꿈을 통해 환상적인 효과를 내는데 달인이었습니다. 제자였던 작곡가 댕디나 뒤파르크에 따르면, 프랑크는 제자들이 제출한 작품에 몇 줄 동안 조바꿈이 나오지 않으면 작품이 단조롭다며 바로 주의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자유로운 조바꿈 때문에, 연주자들은 프랑크의 곡을 연주할 때마다 마치 공중에 뜬 사다리를 휙휙 갈아타는 듯이 자유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됩니다. 한 플루티스트는 이런 조바꿈이 마치 프리즘으로 분할한 빛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2월 4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에서는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9세 나이로 3위에 오른 뒤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프랑크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합니다. 전반부에서는 모차르트와 그리그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프랑크에게서 소나타를 선물 받은 이자이의 곡 ‘슬픈 시’도 소개합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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