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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원전수사 지휘감독 하겠다는 법무장관 후보자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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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할 뜻을 내비쳤다. 2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잉 수사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절히 지휘·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박 후보자가 장관 취임 이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수사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하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갈등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조치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법의 정신을 분명히 밝혔다. 법원은 검찰총장 임기 2년 보장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법 체계는 검사의 수사와 공소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박 후보자가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 법무부 장관을 맡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검찰의 정치적 목적'을 운운하는 박 후보자의 발언은 그가 법의 정신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월성원전 수사는 탈원전이라는 정부 정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 평가 조작 여부를 밝히려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건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검찰의 권력 수사를 막으려는 장관 후보자의 정치적 목적이 의심될 뿐이다. 박 후보자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와 관련해 "왜 이 사건이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밝힌 점도 그 의심을 부채질한다. 절차적 정의를 선별해 적용해도 된다는 취지라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법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법무부 장관이 또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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