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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나라 곳간지기 경제부총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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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하자는 이른바 '상생연대 3법'(자영업자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기세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25일 "정부의 방역조치로 영업이 제한·금지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은 애초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한 일이다. 나라 재정을 거덜낼 수도 있는 초유의 정책적 실험 또는 도박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토로한 뒤 24일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 불참했다. 감기 몸살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책방향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챙겨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최근 당정으로부터 동네북 신세가 돼 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홍 부총리를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했고 정세균 총리도 기재부를 개혁저항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했다.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까지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지시했으니 홍 부총리의 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말 홍 부총리를 임명하면서 그를 '경제원톱'이라고 지칭했으나 말뿐이다. 기재부를 놓고 당청의 거수기일 뿐이라는 말이 나돈 지 이미 오래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선심성 정책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요구대로 예산을 펑펑 쓰다가는 현 정부 초기에 670조원 정도이던 국가부채가 순식간에 1000조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럴 때 경제부총리는 정치권과의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라 곳간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홍 부총리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서둘러 나라 곳간지기를 바꾸고 그 역할과 권한도 재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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