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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더오래]위스키 가격 올랐다고 그럴 가치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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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4)



위스키를 오래 전부터 마셔온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나 때는 말이야~ 맥캘란 30년도 100만 원이 안 됐어~”

지금처럼 싱글몰트를 비롯한 위스키가 환대받기 전까지, 한국에서 위스키는 해외보다 싸게 거래됐다. 가격이 급상승한 일부 싱글몰트 브랜드도 지금 판매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됐다. 당시에 그 술을 마셔봤다면 옛날 가격에 향수를 가지고 있다. 또 그때 산 술을 마시지 않고 갖고 있던 사람은 몇 배가 오른 위스키 가격에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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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964, 1966, 그리고 1948 빈티지 위스키. 10ml 당 엔화 가격. [사진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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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격이 오른 위스키는 위스키로서 제 가치를 한다고 보기 힘들다. 한 병에 수백, 수천만 원 하는 위스키를 제 돈 내고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싸진 위스키가 찬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저렴한 가격에 맛을 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셔볼 수 없는 위스키를 과거에 마셔본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 군침을 흘려야 할까.

가격이 오른 위스키는 그만큼 맛도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가격이 몇 배 오른 이상, 그 위스키 맛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긴 힘들다. 같은 위스키라도 20만 원짜리로 알고 마시나, 200만 원짜리로 알고 마시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수많은 블라인드 위스키 테이스팅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비싼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는 우월감이 우리의 코와 혀를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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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우리를 기다리는 위스키는 아주 많다. [사진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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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출시된 위스키가 ‘지금’ 제일 싸다는 말은 맞다. 특히 출하량이 적은 한정판 위스키는 더 그렇다. 그러나 옛날 위스키가 맛있다는 건 틀리다. 누군가 맛있었다고 회상하는 건, 그가 소비할 수 있는 가격에 맛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미래에도 계속 만들어진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셀 수도 없는 위스키가 전 세계 곳곳에 잠들어 있다. 지금 만난 위스키는 머지않아 과거 위스키가 된다. 위스키에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다.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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