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남아공·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고 설 연휴 기간 대이동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전국적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IEM국제학교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15세에서 20대 초반 사이인 학생 120명은 기숙사에서 한 방에 7~20명씩 집단생활을 해왔다. 지하 식당에는 좌석별 칸막이도 설치되지 않았고, 일부 층은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을 공동 사용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현장을 찾았을 당시 학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증상자가 나온 이후의 대처도 엉망이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남 출신 학생 1명에게서 기침·가래·두통 증상이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전까지 최소 6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이들 중 전남 순천과 경북 포항의 집으로 돌아간 학생 2명이 24일 오전 확진되기 전까지 학교 측은 유증상자들이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그 사이 유증상 학생들은 숙소만 따로 격리됐을 뿐 길게는 열흘 넘게 매일 다른 학생들과 뒤섞여 수업을 받았다. 이러니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IM선교회 관련 시설의 집단감염으로 수도권 2.5단계, 그 밖의 지역 2단계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에도 변수가 생겼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시설들을 폐쇄하고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문자로 공지했다. 그러나 일부 시설 운영자는 당국이 파악한 바와는 달리 IM선교회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등 방역에 흔쾌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전국에 2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신천지, BTJ열방센터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필요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히 방역조치를 이행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는 당국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음을 드러냈다. 선교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IEM국제학교는 비인가 교육시설이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 일대 4개 건물에 교육실과 기숙사, 예배실 등을 갖추고 있으나 학교나 학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 감독의 체계 밖이었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시설 운영자 측에 있겠지만, 비인가 시설이라고 해서 집단감염의 위험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세밀히 살피지 않은 당국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당국의 인가를 받아 관리되고 있는 시설에만 퍼질 리는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IM선교회 관련 시설의 집단감염을 언급하면서 강조했다시피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작은 위험요인도 간과하지 말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조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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