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생산 차질로 유럽 백신 공급 지연 밝혀
EU, 아스트라에 "백신 계약 이행" 압박···영국 "비난 회피용 심술"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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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제조사들에 타지역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미 브렉시트로 EU에서 빠져나온 상황인 영국은 즉각 반발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영국 등 EU 비회원국으로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백신 공급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인 파스칼 소리오와의 통화에서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특히 EU가 아스트라제네카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는 점을 소리오 CEO에게 상기시켰으며, "신속한 공급을 위해 가능한 모든 융통성을 활용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이같은 불씨는 지난 22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 차질을 이유로 초기 유럽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앞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백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제조 과정을 변경함에 따라 유럽에 대한 백신 공급을 일시적으로 늦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벨기에 등에 백신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영국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EU가 "심술"을 부리고 있으며, 백신 차질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당국자들도 비상에 걸렸다. EU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차단하는 데 이어 자칫 화이자 백신 수출에도 빗장을 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들과 만난 뒤 백신 공급 지연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EU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조치든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EU 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제3국으로 백신 수출 시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투명성 제도'를 회원국들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EU로부터의 백신 수출과 관련해 처리 과정이 명확하고 완전히 투명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EU는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해 지난달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초기 백신 공급 물량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조건부 판매 승인을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29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U는 앞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미국 모더나, 독일 큐어백(CureVac)과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날 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회원국들이 여행 제한 조치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EU 집행위는 비필수 목적의 여행은 자제하도록 하고 EU 회원국에 오는 모든 여행자에 대해 사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역에서 오는 이들은 격리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제안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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