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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매년 조류 800만 마리 폐사… 방음벽 충돌 방지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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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충남 서산의 한 지방도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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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나 방음벽에 조류가 부딪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 해에 충돌로 폐사하는 조류는 800만 마리에 달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조류 깃털의 구조색을 모방한 색깔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관련 특허는 총 2건으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과 ‘광학 요소 어레이(arrary·배열)’를 개발했다. 구조색이란 색소에 의한 색이 아닌 구조에 의해 빛이 반사돼 나타나는 색으로 공작이나 파랑새 등에서 깃털 내부의 미세구조에 의해 파란색, 녹색 등 색채가 나타나는 점에 착안했다. 구조색은 공작이나 파랑새 날개 외에도 까치나 어치의 날개, 꿩 목 등에서 관찰된다. 국립생태원 생태모방연구팀과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여종석 교수팀은 2018년부터 공동으로 조류 깃털 구조색 모방 연구를 추진해온 끝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은 컬러필터나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자연광 반사에 의해 색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뒤에서 강한 빛을 비춰 컬러필터를 통과한 색을 사람이 인식하는 구조로 전력 소모량이 많고 주변이 밝은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반사형 디스플레이는 자연광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로 저전력·고색 재현 디스플레이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전력 소모가 줄고 자연광을 이용해 주변이 밝을수록 색 시인성이 높아진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광학 요소 어레이 기술은 조류의 구조색 원리를 투명구조물에 적용하는 경우다. 건물 유리창이나 방음벽 등 투명한 구조물 표면을 선형, 방사형 등 특정 형태의 나노구조 배열로 제작하면 이 구조에서 반사된 빛을 조류가 감지, 구조물을 인식하고 충돌을 피하는 원리다. 현재는 조류 충돌방지를 위해 구조물 표면에 스티커나 필름을 붙이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조류가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웠다. 구조색 모방 기술을 활용하면 자외선과 가시광의 반사·산란·회절 등을 이용해 사람 시야는 방해하지 않고 기존 충돌방지물보다 미적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조류 폐사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생태모방연구 등 자연에서 배우는 친환경 기술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국가 녹색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생태 관련 응용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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