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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결혼 안 해도 가족’ 인정하는 ‘법 개정’ 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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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어느 가족>(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미지 컷. 티캐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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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양해진 가족 구성 형태를 적극 반영한 법 개정과 정책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을 발표하고, 공청회도 함께 열었다. 가족은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이면서 사회 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양해진 가족 구성 형태를 법과 제도가 쫓아가지 못하는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소외와 차별을 양산하고, 사회 안정과 통합도 해친다. 현행 법률은 여전히 혈연 중심의 가부장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08년 호주제 폐지 못지않은 가족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가부 자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도 혼인과 혈연으로 구성되지 않은 형태의 가족을 배제하는 현행 법률을 개정하는 계획이다. 현행 민법은 가족을 배우자, 직계 및 배우자의 혈족, 형제자매로 한정한다. ‘건강가정기본법’도 혼인과 혈연, 입양 중심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에 부합하는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 비중은 2010년 37.0%에서 2019년 29.8%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1인 가구는 23.9%에서 30.2%로 늘었다. 비혼이나 동거 가족도 상당히 늘었다고 봐야 한다. 국민 의식도 크게 달라졌다. 2020년 여가부 여론조사에서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이 69.7%나 됐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률은 숱한 차별과 사각지대를 낳는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배우자의 수술동의서를 쓰지 못하는 사례는 드라마 소재가 된 지 오래다. 1인 가구와 비혼 가구는 주거 지원, 세제 혜택 등 온갖 복지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 우리도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처럼 동거 가구에도 법률혼 가구와 똑같은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대 사각지대인 부양의무제 역시 혈연 중심 가족 제도의 산물로 봐야 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법률혼과 사실혼이 아닌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조차 없다. 이번에 법 개정이 추진되는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호주제 폐지 과정에서 봤듯이, 가족 관련 법·제도를 바꾸려면 전통 관념을 고수하는 쪽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차별을 줄이고 평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갈등을 회피하지 말고, 유연하되 흔들림 없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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