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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오병상의 코멘터리] 민주당은 정의당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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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추문 사건 대응인데..정의당은 백점, 민주당은 빵점

주요대목마다 정의당은 피해자편, 민주당은 가해자편인듯

중앙일보

21일 서울 송파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성폭력 피해자 외침 막은 남의원 사퇴로 사죄하라' 항의서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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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인숙 민주당 의원의 일갈이 통쾌했습니다.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정의당 사건)에 대해 충격과 경악이라며..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26일자 페이스북)

군부독재 시절 성고문의 고통을 겪은 당사자의 말이기에, 또 민주당 소속의원의 자아비판이기에 울림이 더 컸습니다.

2.

김종철 대표의 성추문에 대응하는 정의당의 모습은 거의 완벽입니다.

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거의 빵점입니다.

‘성평등’을 당정체성으로 중시해온 정의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3.

주요대목마다 두 정당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첫째. 사건발생 직후 정의당은 철저히 비밀을 지키면서 상황을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조사를 맡았던 정의당 배복주 젠더인권본부장은 ‘조사 도중 내용이 유출될 경우 피해자의 입장이 왜곡되거나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위해서’라고 합니다.

반면 민주당의 여성인권전문가인 남인순 의원은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자마자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불미스러운 일’을 문의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비밀을 유출했습니다.

박원순은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피해자에게‘최종적인 가해’가 됐습니다.

4.

둘째. 정의당은 가해자의 인정과 사과, 그리고 징계까지 신속하게 끝냈습니다.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 섰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나서 명백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민주당은 언론 등에 그렇게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가해자의 편에 섰습니다.

5.

셋째. 정의당은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배복주는 ‘구체적 행위를 밝히면..행위의 경중(그 정도로 뭘 그래)을 따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다’는 겁니다. 꼬리를 무는 억측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반면 민주당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치했습니다. 서울시 직원과 지지자들이 피해자의 편지와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한마디로 ‘피해자가 박원순을 좋아했다’그러니까‘성추행이 아니라 호감의 표현’이라는 편견을 조장한 겁니다. 그 결과 피해자에 대한 사이버테러 폭탄이 터졌습니다.

6.

넷째. 정의당은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진다’며‘비상대책회의’체제로 들어갔습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도 참여했습니다.

‘2차 가해 원천차단하겠다’며 신고사이트를 마련했습니다. 책임지는 차원에서 서울ㆍ부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논의중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25일 인권위원회의 결론(박원순 성희롱 맞다)이 나오기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인권위 발표가 나오자..26일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남인순이 ‘피해자에 사과한다’는 입장문을 밝혔습니다.

서울시도 6개월만에 ‘인권위 결과를 수용한다’며 사과했습니다. 민주당도 서면브리핑 형식의 사과문을 냈습니다.

7.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정의당에게 배워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2차 가해를 막아야 합니다.

지금도 민주당과 박원순 지지자들 가운데 피해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이 나서 막아야 합니다. 기존의 글이나 동영상도 삭제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신속한 사법처리도 촉구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한 2차 가해자는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8.

권인숙의 사과문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박원순 사건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은 상황에 있습니다. 당이 나서 피해자를 보호하고..수권정당으로서..구태의연함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1.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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