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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데스크의눈] 바이든 스타일과 대북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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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문법에 매몰 안 되게

‘스터디모임’ 멤버와 논의 즐겨

美, 대북방안 여러 갈래 가능성

韓 ‘모임 옵서버’ 획득 노력 필요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의 경력은 어느 전임자보다도 탁월하다. 그는 38대 대통령을 지낸 제럴드 포드 이후 연방의회에 깊은 뿌리를 뒀던 사실상 첫 대통령이다. 1970년대 포드 이후 그 누구도 바이든의 의회와 행정부 경력에 앞설 수 없다. 그만큼 워싱턴 정치와 정책에 이해가 깊다. 뉴욕타임스 등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그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의제를 몰아가는지를 잘 안다.

바이든과 민주·공화당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정이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국익을 우선시했던 연방의회가 최근엔 당파성에 함몰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오랜 의회·행정부 경험이 오히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세계일보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취임 초기 바이든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듯하다. 그의 시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 경제회복, 기후변화 대응, 이민법개혁, 테러 문제 대응 등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 지위가 2022년 중간선거에서 보장될 수 없다고 예상한 듯 다른 분야의 개혁입법에 대한 갈망도 강해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도 바이든의 초기 행보는 중요하다. 바이든이 당초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사안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최근 며칠 사이 그런 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바이든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청문회 발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대북 접근법 재검토와 새로운 전략 마련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보텀업 방식’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접근법을 사실상 제시한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0월 대선 TV토론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핵 능력 감축에 대한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 문재인정부의 대북 대응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복잡한 북핵 문제를 두고 토론이 필요한 처지다. ‘오바마·바이든 체제’를 상징하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국가보좌관,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등이 의견 표출을 주도할 것이다.

전례를 볼 때 바이든 정부는 2월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북핵에 대한 기본 방침을 일부 드러낼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제 임기를 시작하지만 전력투구가 가능한 시간은 어차피 중간선거 전까지다. 그때까지 바이든은 ‘힘의 본보기’가 아닌 ‘본보기의 힘’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특파원으로 워싱턴에 머물 때 기억을 소환해 본다. 바이든은 당시 장남 보의 사망을 이유로 대선경선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출마 선언 이후 그는 오랜 기간 “결정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현상’에 민주당 일각의 고민이 커지던 때였다. 그 4년 뒤에 바이든은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해, 2016년이라면 곤욕을 안겼을 트럼프 현상도 피했다.

미국 칼럼니스트의 버락 오바마와 바이든에 대한 비교가 떠오른다. 오바마가 도서관에서 책에 집중하며 수도원의 사제처럼 공부하는 유형이라면, 바이든은 ‘스터디 모임’에서 멤버들과 토론하고 논의하는 것을 즐겼다. 우리 입장에서 북핵 문제에 적용해 생각할 여지가 있다. 오바마는 북핵 문제에 ‘전략적 인내’로 임기를 마쳤지만, 바이든은 북핵 해법을 여러 갈래로 찾을 여지도 있다.

‘자신의 문법’에 함몰된 고독한 사령관이기를 거부하는 바이든의 스터디 목록에 북핵 문제도 일단 포함된 듯하다. 더욱 다행히도 한·미의 북핵 해법 의견이 지금처럼 가까워진 적은 없다. 노력에 따라 미국의 접근법과 한국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공통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멤버들과 발 빠르게,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양국 국방·외교 수장의 전화통화 이상의 움직임이 절실하다. 바이든이 이끌 스터디 멤버들과의 교류 강화는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 고위 인사가 그 스터디그룹의 ‘외부 옵서버’ 지위를 부여받을 정도로 노력한다면 금상첨화다.

박종현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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