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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 '혁신 환경' 보호하는 디지털 규제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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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포용'일 것이다. 시대의 큰 흐름인 디지털 대전환은 ICT 강국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필연적 목표이며, 디지털 포용은 디지털 대전환의 효익이 국민과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대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복지'적 관점에서의 목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이 체감한 현상 중 하나는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가 입점 업체에 판촉 비용을 전가하거나, 하자가 있는 제품 배송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을 회피하는 등의 일부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부처들이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정책과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는 목표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여 국무회의 심사 등의 입법절차를 진행 중이고, 송갑석·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온라인 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콘텐츠 산업 부문에서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고 상생협력 관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쇼핑·배달·숙박 등 디지털 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중소상공인이다. 대기업인 플랫폼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이용자 후생과도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점 업체와 이용자 보호는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근간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며,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포용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다.

다만, 상생협력과 이용자 보호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서로 적용 대상과 내용이 유사하면서도 주무부처를 달리하고 있어 부처 간 권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칫 유사 법안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제각기 처리되는 경우 이중·삼중의 과도한 규제도 우려된다. 특히 공정위 법안을 비롯하여 대부분 법안이 디지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자칫 필요 이상의 규제가 도입되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이용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아직은 강력한 규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미래에 우리 경제의 중요한 먹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은 일견 쉬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자칫 생태계 전체를 경직시킬 수 있다. 경쟁정책의 철학 중 하나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듯, 산업정책 관점에서는 개별 사업자의 혁신은 해당 사업자 의지에 맡기되 시장의 혁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대전환과 포용 정책이 규제 만능론에 빠지지 않고, 혁신과 상생의 균형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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