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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그날, 대통령의 발언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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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0년 11월 24일' '2021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도하면서 기자는 이 두 날짜에서 미국 정치의 강인한 복원력을 실감했다.

먼저 작년 11월 24일. 이날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은 6명의 각료 지명자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보기관 17개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낙점된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연단에서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나를 지명한 것은 당신들을 보필하라는 게 아니라 미국민을 보필하라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데 주저함(shy)이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잘 알 것이다."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발언에 바이든 당선인은 "이분들은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아닌,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을 해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1월 20일. 세계가 주목한 취임행사에서 그는 22분간의 연설 도중 발언을 멈추고 참석자들에게 묵념을 청했다. 희망과 새 출발의 순간에 그는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국민을 잊지 않고 한참 고개를 숙이다 '아멘'을 읊조렸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치유의 정치'는 그 어떤 수사보다 11초의 묵념에서 진정성이 묻어났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인 지난 18일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질문을 요청하며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별로 질문이 없으신가요"라며 웃었다. 부드러운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농담조였지만 적잖은 시민이 그의 웃음을 실없다고 말한다. 국민적 희생으로 간신히 방역 위기를 버티는 현실을 대통령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이날 "(그는)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언급한 것도 곱씹어보면 위험스럽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보필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던 미국 DNI 국장 지명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대통령은 "(그는) 국민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해야 옳았다.

[국제부 = 이재철 기자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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