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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우리 몸은 1초에 380만개의 세포를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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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300억개...질량으론 하루에 80g

혈액세포가 86%...12%는 장 상피세포




한겨레

새로 생산되는 세포의 대부분은 적혈구 등의 혈액세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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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숨쉬는 동안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세대교체를 한다. 한 세포의 힘이 다하면 몸이 좀비가 되지 않도록 재빨리 다음 세포를 만들어 그 자리를 메꿔준다. 우리 몸에서는 과연 얼마나 빨리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을까? 세포가 전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면 내 몸은 이전의 몸과 같은 걸까, 다른 걸까?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이 인간 신체의 세포 회전율을 추정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최근 발표했다.

2016년 인체의 전체 세포 수가 30조개 안팎이라는 계산 결과를 발표했던 이 연구진은 당시의 연구를 더 확장해 이번엔 유형별 세포의 수명을 토대로 우리 몸 전체의 세포 회전율 계산을 시도했다.

그 결과 우리 몸은 하루에 평균 약 3300억개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 전체 세포의 1%를 약간 웃도는 규모다. 1초당 380만개꼴로 세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질량 기준으로는 하루 80g이다. 이는 전체 세포 질량의 0.2%에 해당한다. 죽은 세포는 일부는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일부는 기생충의 먹이가 되고, 일부는 몸 안에서 분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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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70cm, 70kg 남성을 기준으로 계산


연구진은 20~30세의 건강한 170cm, 70kg 남성을 기준으로, 전체 세포 집단의 0.1% 이상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 유형을 계산에 포함시켰다. 각 세포 유형의 수명에 대한 자료는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직접 수명을 측정한 이전 연구 결과들에서 수집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장 상피 세포의 수명은 3~5일로 매우 짧다. 혈액세포의 경우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정도로 비교적 길지만 백혈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호중구는 평균 0.9일이다. 하지만 소뇌의 뉴런, 수정체 등 일부 세포들은 우리 몸의 일생과 수명을 함께할 정도로 매우 길다.

연구진이 계산한 결과 매일매일 교체되는 세포의 86%는 혈액 세포, 즉 적혈구와 백혈구였다. 이어 장 상피세포가 12%로 그 뒤를 이었고, 몸을 덮고 있는 피부세포는 1.1%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포들은 다 합쳐도 1%가 채 안됐다.

그러나 질량 기준으로 본 회전율은 좀 다르다. 매일 교체되는 세포 중 혈액세포 비중은 48.6%에 그쳤다. 이어 장 상피 세포가 41%로 큰 차이 없는 2위다. 두 세포의 질량 기준 회전율 비중 차이가 적은 것은, 장 상피세포가 더 크고 수명이 짧은 탓이다. 반면 지방 세포와 근육 세포는 질량 비중은 75%로 매우 높지만, 수명이 길어 질량 회전율에서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인체 세포의 질량은 몸 전체의 66% 정도다. 몸무게 70kg인 남성이라면 46kg은 세포의 무게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세포 밖의 체액과 고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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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이면 모든 세포 교체되는 격


연구진은 계산 결과로 볼 때 숫자로 본 인체의 전체 세포가 교체되는 회전주기는 평균 80일, 질량 기준 회전주기는 평균 1년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두 회전주기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작은 세포는 수명이 짧은 반면 무겁고 큰 세포는 수명이 10년을 넘는 데서 비롯된다. 연구진은 인체의 기초대사 에너지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세포의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기초대사량의 1%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그동안 인체 세포 수나 수명에 대해선 연구가 있었지만 인체 전체의 세포회전율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며 이번 분석이 건강과 질병 연구에서 조직의 재생에 관한 문제에 하나의 통찰을 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세포 유형별 회전율은 개인의 연령, 건강 상태, 체격, 성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며, 이번 연구는 하나의 기준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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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부단한 세대교체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인체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또 하나의 측면을 제공해준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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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가 교체된 내 몸은 이전과 같은 걸까 다른 걸까


연구진은 논문 말미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로,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한 철학적인 질문도 던졌다.

‘테세우스의 배’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에 갇혀 제물이 될 뻔한 젊은이들을 구출해 돌아온 배를 가리킨다. 아테네는 그의 영웅담을 기려 그가 타고 온 배를 전시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배의 널빤지가 하나둘씩 썩어 새 것으로 교체하게 됐다. 만약 배의 모든 부분을 새 것으로 교체한다면 이 배도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일까? 만약 대부분이 교체되고 일부만 남아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본질적으로 보수 작업을 한 것인만큼 테세우스의 배가 맞다 할 수도 있고, 배의 모든 부분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 것이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우리의 세포 회전율 분석 역시 테세우스의 배와 비슷하게 인체의 정체성과 관련한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내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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