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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코로나 우울증이 제주올레길 완주자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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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25km 제주올레 길 완주자 2778명
전년 대비 71% 증가


파이낸셜뉴스

여행객들이 제주올레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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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우울했던 지난 한 해, 제주올레 길 완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억압된 일상의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주올레를 찾기 시작했고, 이들은 하나 같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걸으며 여유와 행복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사)제주올레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한 해 동안 제주올레 길 26개 코스 (총 길이 425km)를 모두 완주한 이는 2778명으로 2019년도 완주자 1624명에 비해 7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년에 비해2030청년층 완주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9년 2030완주자가 268명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는 539명으로 101%나 늘었다.

2020년 유독 길을 걸은 20-30 세대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20-30 완주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이 제주올레를 완주하게 된 으뜸 동기는 도전 후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다(64.3%, 복수응답).

유튜브 영상 촬영 일을 하는 송지훈씨도 어느 순간 일에 한계를 느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지난해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송씨는 “제주올레 길을 완주하고 나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제주여행의 즐거움(55.7%)과 자아성찰 및 사색(49.6%)을 위해 완주에 도전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40.9%)과 휴식 및 건강 회복(38.3%)을 위해 제주올레 길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청년들이 올레길을 완주할 기회와 시간을 가진 것도 청년 완주자가 크게 늘 수 있었던 이유다. 최민정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예기치 않게 생겼다. 그래서 걷게 된 것이 올레길이었는데 이전에 보고 느끼지 못했던 자연과 풍경, 아름다운 새소리로 마음에 평화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라고 완주 소감을 밝혔다.

문세움씨는 세계여행을 하려고 퇴사를 했지만 코로나19가 오는 바람에 세계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문씨는 “덕분에 제주올레 길 완주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여행의 즐거움과 도전 성취를 목적으로 제주올레 완주에 나선 이들이 길을 걷는 동안 발견한 가장 큰 매력은 제주의 아름다움과 제주를 구석구석 여행하는 즐거움이었다.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청년 완주자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었다(90.4%, 복수 응답)’는 점과 ‘몰랐던 제주를 구석구석 알게 되었다(73.9%)’ 점을 주로 꼽았다.

10명 중 6명은 힐링과 사색의 시간(66.1%)이자 도전을 통한 성취감을 맛보는(60.9%)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완주 이후 스스로 달라진 점을 꼽으라고 한 질문에서는 72%(복수 응답)가 정신적인 힐링과 치유를 얻었다고 답했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자기애와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완주자 거의 대부분이 정신적 성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걷는 동안 그리고 걷고 난 이후에도 만족감이 높다보니, 청년 완주자 10명 중 9명(92.2%)은 반드시 제주올레 여행을 다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덕만씨는 “20대부터 승무원, 호텔리어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며 지쳤는데 올레길을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 다시 한 번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김민교씨는 ‘무언가 끝까지 해보거나 성취해 본 적이 없어서 점점 소극적이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든 분들이 올레길을 걸어보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제주올레 완주가 완주자뿐 아니라 제주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완주 이후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 가까운 완주자가(67%) 제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졌다고 답해 이해하고 사랑하는 만큼 제주를 아낄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홍근씨는 제주도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길을 걷고 나니 제주도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고 완주 소감을 밝혔고, 박지윤씨는 ‘올레길 덕분에 제주를 사랑하게 되고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제주올레 김희경 리서치 전문위원은 “청년들은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여행을 택했다. 그러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 그들은 대안으로 청정 제주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도보여행 길 제주올레로 발길을 돌렸다. 도보여행이야말로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고 제주와 친해지기 위한 완벽한 방법임을 청년 완주자들이 새삼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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