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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두 전래동화를 품은 상주 곶감[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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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곶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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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곶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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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빛. 달콤한 맛. ‘곶감’

주홍빛 감을 깎아 그늘진 곳에 걸어 바람에 말리면 뽀얀 분으로 도톰해진 곶감이 됩니다. 곶감하면 저는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전래동화가 떠오릅니다.

다들 들어보셨죠? 어느 추운 겨울 밤, 호랑이가 배가 고파서 마을로 내려옵니다. 어느 집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엄마가 아기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울면 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라고 해도 안 그치자 “여기 곶감이 있다”라고 합니다. 그 말에 아기가 울음을 그치자 호랑이는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건 줄 알고 밤새 산 넘고 물 건너 도망을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주시는 이 동화의 발원지가 바로 경북 상주시 외남면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외남면은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가을에 말린 곶감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둥근 모양 때문에 ‘둥시 곶감’으로 불리는 상주 곶감은 쫄깃하고 당도가 높은데다 단백질 함량이 많아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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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수령이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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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수령이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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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남면에는 수령이 수백 년으로 추정돼 보호수로 지정된 감나무 10여 그루가 있습니다. 특히, 소은1리에는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와 관련된 옛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 약초 캐는 노부부가 살았는데 자식이 없어 자나 깨나 걱정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다리를 다친 파랑새를 치료해 주자 은혜를 입은 파랑새는 노부부를 ‘젊어지는 샘’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샘물을 먹은 노부부는 젊어졌고 샘가 옆에 집을 짓고 파랑새가 갖다 준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감나무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됩니다. 하지만 기대하던 빨간 감 열매가 열리지 않자, 외동딸인 연지는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기 위해 감나무 가지를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연지의 효심을 기특하게 여긴 옥황상제는 연지에게 하늘나라 감나무 묘목을 주면서 연지네 감나무와 접붙여 감 열매를 열리도록 허락해 줍니다. 또 감을 깎아 바람과 볕에 말려서 곶감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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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곶감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곶감의 60%가량이 상주에서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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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곶감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곶감의 60%가량이 상주에서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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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750년 된 감나무 밑동에는 접붙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나무줄기의 가운데가 괴사하고 인공 지지대가 나무줄기를 바치고 있지만 해마다 3천개 이상의 감이 달린다고 합니다.

햇곶감이 익어가는 12월에 개최됐던 상주 곶감축제도 코로난 19 탓에 작년에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올가을에는 코로나 19의 불안 없이 하늘아래 첫 감나무를 볼 수 있을까요? 꼭 그렇게 되길 고대해 봅니다.

글·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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