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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애매모호’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차별 규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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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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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망 중립성의 예외 영역으로 '특수서비스'를 인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대해, 망 중립성 침해 우려와 함께 이를 보완할 명확한 보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오픈넷이 주최한 '망 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관련 업계,학계와 시민사회 등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국내 망 중립성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영향과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가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근 5G 등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자, ISP는 일반 인터넷 서비스와 차별화된 특정 수준의 품질보장(QoS)이 요구되는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로 인해 일반 이용자가 쓰는 인터넷 품질은 저하될 수 있다며 망 중립성 원칙 훼손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작년 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서비스로서 '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것이 골자다. 대신 일반 인터넷 품질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두고, 적정 수준이란 기술 수준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또 특수서비스를 망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 전문가들은 '적정 수준'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특수서비스가 경우에 따라 일반 인터넷 품질을 저하시켜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어떤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인터넷 생태계의 해악이 될지 아닐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망중립성법이나 유럽연합(EU) 내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가이드라인의 경우, 특수서비스가 일반 인터넷 품질을 저하시켜선 안 된다는 명확한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국내 가이드라인이 EU의 그것과 유사하면서도 문구 자체로만 보면 (망 중립성 원칙을) 더 완화했다고 보여진다'면서 '정부가 특수 서비스 개발과 확대를 도모할 경우 적정 수준이라는 기준이 저하될 수 있다'고 봤다. 전응준 법무법인 유미 변호사 역시 '판단 기준과 주체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규범력을 가지려면 실제 정책 과정에서 세심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로레이팅 규제 강화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나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주는 것을 말한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무분별한 제로레이팅이 허용되면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 스타트업에는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꼴'이라며 '현재 허용된 제로레이팅 서비스에 대해서도 망중립성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 담을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경신 이사는 '해외에서는 트래픽의 모든 차별을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로레이팅의 경우에도 경제적 차별이므로 전부 금지하지는 않지만 불합리한 차별 금지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가이드라인이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합리,불합리 여부 관계없이 차별을 금지해야 하며, 제로레이팅도 최소한 CP에 돈을 받고 앱별로 제로레이팅 하는 것을 불법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국내 가이드라인상의 '적정 수준'이란 망 중립성을 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 품질을 더 보장하고 요건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며 '예컨대 '품질 저하'라는 표현만 두면 4G에서 5G로 가면서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과거의 속도를 유지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통신사들이 약관을 통해품질 속도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통상적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철 과장은 '국내 CP들은 대형 기업이어도 네트워크와 관련해 통신사와 대등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망 이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또 앞으로의 망 중립성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이용자의 선택권으로, 이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분기 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해설서를 마련해 보다 명확한 해석을 제공할 예정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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