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발표한 규모 말고는 추가로 분류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태도인데다 노조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등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이 약속대로 분류인력을 4천 명 투입해도 여전히 15%의 택배 노동자는 분류 작업을 해야 하고 각 1천 명을 투입할 방침인 롯데·한진택배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무려 70% 이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자동화까지 전담 인력을 투입하되 불가피하게 택배 노동자가 그 일을 하게 되면 적정 대가를 지급한다는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합의문대로 국토부가 주관하는 거래구조 개선 작업 이후에는 분류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설명이 모두 맞는다면 지금의 갈등은 합의의 이행 속도에 관한 문제인 듯하다. 또 "과로사라는 중대 재해가 연이어 발생해도 문제 해결에서 법적 강제력이 있는 노사협약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사회적 합의에만 집중하게 된다", "택배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분류작업과 관련해 택배사-노조 대표가 직접 만나 노사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등의 노조 측 발표로 볼 때 이번 기회에 노조의 대표성과 단체교섭권을 공식 인정받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합의가 도출된 지 채 일주일도 안 돼 갈등이 재연한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파국을 막고 상생과 타협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측은 강제성이 떨어지는 사회적 합의라는 이유로 책임을 게을리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에 공개적으로 한 약속인 만큼 좀 더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택배노조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20∼21일 진행한 찬반투표를 근거로 총파업에 나서는 것도 적절치 않다. 지난 합의의 공식 명칭은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이다.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2차, 3차 논의에서는 택배비 인상, 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 택배 노동자의 분류 작업 투입 시 대가 산정, 작업 시간 제한 규정의 이행 방안 등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갈등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우선 당장 급한 것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총파업이다.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한 발짝씩 양보해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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