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는 음반 작업 당시 `유령 변주곡`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빈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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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클라라, 나는 라인강에 결혼반지를 던지려 하오. 당신도 그렇게 하구려. 그러면 두 반지가 하나가 될 게 아니오."(슈만의 자살기도 전 메모)
슈만(1810~1856)의 말년은 비참했다. 아직도 독일에서 발간되고 있는 음악 잡지 '음악신보'를 창간하고,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음악감독(지휘자)으로 초빙돼 음악가로서 평탄한 삶을 달리던 슈만은 1854년 2월 돌연 라인강에 투신한다. 슈만은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이후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다 세상을 떴다. 슈만은 젊은 시절 상당히 문란한 성생활을 했는데, 학자들은 이때 얻은 매독이 정신착란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슈만은 정신병의 그림자가 자신을 엄습하는 가운데에도 작곡을 포기하지 않았다. 라인강 투신 직전 쓴 마지막 작품이 '유령변주곡(Geistervariationen)'이다. 슈만의 유서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는 작곡가 내면의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4·사진)가 오는 3월 6일 인천 아트센터인천에서 '유령변주곡'을 연주한다. '백건우와 슈만'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공연에서 백건우는 아베크변주곡, 3개의 환상 작품집,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다채로운 소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어린이의 정경을 연주한 뒤 '유령변주곡'으로 연주회를 마무리한다. 앞서 백건우는 지난해 9월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신보 '슈만'을 발매했다. 백건우는 음반 작업 당시 '유령변주곡'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을 연주하면서 작품의 세계에 굉장히 몰입하게 됐는데, 슈만의 고통과 슬픔이 연주자의 내면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당시 녹음 작업에 참여한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녹음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백건우 선생님도 애써 눈물을 억누르고 계셨다"고 전했다. 백건우는 "슈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으로 갔는지 이제 좀 이해가 간다"며 "젊었을 때는 슈만이 어떤 심경이기에 자살을 시도했는지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나 아이들에게 위험이 되지 않게 (라인강을 향해) 혼자 걸어나오는 슈만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하는 아베크변주곡,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등도 사실상 백건우의 발굴에 가까운 작품이다. 보다 다양한 슈만 피아노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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