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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박원순 성추행 인정에도…방심위, 영결식 영상 삭제 요청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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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사무처 "중복 요청에 대해 절차상 각하처리한 것"

범죄자 결론 안났다더니…법원·인권위 판단 이후엔 '모르쇠'

뉴스1

'범죄인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삭제 요청이 제기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 영상 (TBS교통방송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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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 영상 삭제 요청에 '해당없음' 결론을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성추행·성희롱 판단 후 다시 제기된 요청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27일 방심위는 "법원과 인권위의 판단 이후 박 전 시장 영결식 영상에 대한 삭제 요청이 다시 접수된 것이 맞다"면서도 "해당 신청은 중복 신고로 처리돼 각하됐다"고 밝혔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해 8월31일 '범죄인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박 전 시장의 영결식 영상 삭제 요청에 대해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해당없음'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행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7조는 '범죄, 범죄인 또는 범죄단체 등을 미화하여 범죄를 정당하다고 보이게 할 우려가 있는 정보'의 유통을 금하고 있다.

민원인은 MBC·TBS교통방송·오마이뉴스·서울시·서울의소리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박 전 시장 영결식 중계 영상이 성추행 혐의가 있는 박 시장을 미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통신소위에서 다수 위원은 박 전 시장을 해당 시점에 대해 '범죄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결국 '해당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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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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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콘텐츠 사정 변경 없으면 중복으로 각하처리가 원칙"

그러나 지난 1월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직원에 대한 선고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 받은 건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전제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이어 인권위 역시 지난 25일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법원과 인권위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에 대한 '성추행' 판단이 나오면서, 방심위에도 재차 '삭제 요청'이 접수됐지만, 현재 해당 요청은 통신소위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방심위 사무처에서 각하된 상황이다.

방심위 측은 각하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절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심의 대상에 대해 똑같은 심의가 이미 '해당없음'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삭제요청된) 동영상·정보에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 재심의하고, 내용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중복 각하 처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심위 고유 특성이 콘텐츠 심의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사정 변경이 있어야하는데, 콘텐츠(영결식 영상)에 대한 사정변경이 없는 내용으로 동일한 신고가 들어온 건이라 각하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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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소위원회 2020.9.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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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통신소위, 행정절차 핑계로 법원·인권위 판단 외면?

그러나 첫 삭제 요청 당시 '현 시점에는 박 전 시장의 범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통신소위 위원들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를 핑계로 법원과 인권위의 결정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해당없음' 결정이 내려질 당시 김재영 위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여지가 있고 민원인이 제출한 의견이 타당하다"면서도 "적용 규정이 범죄, 범죄인 또는 범죄단체라고 특정됐는데, 공소권없음 처분을 받은 고인을 범죄인으로 단정할 순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진숙 위원도 "위원회의 심의 조항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서 고인을 범죄인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해당 게시물이 범죄인을 미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 역시 "아직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범죄자라고 낙인찍어 장례식 중계 영상 자체를 불법 정보라고 볼 순 없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박상수 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법적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인권위가 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여러 노력이 있는 만큼 곧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결론적으로 '해당없음'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통신소위 위원들은 방심위 사무처의 이번 안건을 '각하' 처리한 것에 대해 보고를 받은 상태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해당없음'을 주장한 통신소위 위원 4인 중 박 위원장을 제외한 3인은 여당·청와대 추천몫 위원이다.

또 서울시는 최근 해당 영결식 영상을 지난 26일과 27일 공식 유튜브와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삭제한 상태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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