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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주유소 지금 ‘무한변신’…전기수소차 충전·택배 수거에 드론 배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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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00곳 사라져…복합공간으로 활로 찾기

전기수소차 충전·택배 수거에 드론 배송까지


한겨레

에스케이에너지 주유소에 우체국과 전기·수소 충전소가 더해진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의 상상도. 에스케이에너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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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1천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연평균 100곳을 웃돈다.

정유업계의 얼굴격인 주유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감이 더 높아지면서 업계의 생존전략 찾기 움직임도 빨라지는 중이다.

■ 열 곳 중 한 곳 꼴 사라져


27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지난해말 전국 주유소는 모두 1만1369곳으로 집계됐다. 2010년말 1만2692곳에 이르던 주유소는 10년 사이 1323곳이나 줄었다. 해마다 평균 130여 곳꼴로, 주유소 열 곳 중 한 곳은 사라졌다는 얘기다. 주요 도시의 도심은 그마나 상황이 낫다고는 해도, 서울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에 남은 주유소는 모두 488곳으로, 10년 전에 견줘 150여 곳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주유소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석유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유소 마진이 덩달아 떨어지는데다, 알뜰주유소가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익률이 더 악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정유 4사의 간판을 단 주유소는 1만곳 이하로 떨어진 반면, 알뜰주유소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기술 발전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가 크게 향상된데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 물류거점·문화공간으로 변신 중


이런 가운데 주유소의 변신엔 갈수록 속도가 붙고 있다. 기존 주유소가 전기·수소차 충전소로 변화하는 건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주유소로 쓰이는 곳에 전기차 충전기 146개와 수소전기연료 충전기 3개가 설치됐다. 차량이 들고 나는 기반시설을 그대로 쓸수 있는데다, 차량 연료를 넣는 곳이라는 인지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울산 연암동 주유소에 수소차와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구축에 나섰고, 에스케이(SK)에너지도 이달 말 경기도 평택의 주유소 운영부지를 활용한 첫 수소충전소의 문을 연다. 에쓰오일은 지난해부터 공유 모빌리티기업 일레클과 손잡고 주유소에서 전동자전거 대여와 반납, 배터리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혜영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존 주유소 공간에 전기·수소차 충전기를 설치한 복합주유소가 늘고 있고, 전국 주요 거점에 넓은 부지를 갖고 있는 만큼 물류기지로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며 “도심내 택배기지, 모빌리티 대여 공간 등 다양한 사업과 결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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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를 도심 내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유휴공간을 쿠팡 로켓배송의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빌려준 게 대표적이다. 에스케이에너지와 지에스(GS)칼텍스가 손잡고 도심 내 주유소에서 출발해 택배상품을 방문수거하는 ‘홈픽’ 서비스도 전국 420여개 주유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주유소 부지에 식당이나 무인편의점을 결합하거나, 드론을 활용한 택배 물류기지로 쓰는 실험도 이어진다. 단순히 ‘휘발유와 경유를 넣는 곳’이던 주유소를 미래차 연료 충전소뿐 아니라 택배용 차량·드론이 오가는 물류 서비스 거점, 도심 내 문화공간으로 활용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유소들의 현재 어려움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10년 뒤 아예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가 향후 10년 생존을 위한 분수령이 된다는 판단으로 모든 회사가 사업다각화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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