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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VIEW POINT] 수익률 높이려는 연기금·공제회에 딴지거는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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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 투자 자금은 정부 재원이 아니라 고객 자금인데 인위적으로 특정섹터에 투자하라는 건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투자 지침을 내리는 건 전례도 없는 일입니다."

26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국무회의 발언을 들은 기관투자가들이 연초부터 투자 원칙이 무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일종의 투자 지침이 생길까 하는 우려다.

정 총리는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상업용 부동산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기관투자가 등의 민간 부동산에 몰려 있는 시중 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줄 것을 지시했다. 배경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 조성과 부동산 관련 금융이 유동성의 상당 부분에 달하는 등 자산거품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였다. 정부의 정책적 성공과 시장 리스크를 감안한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과도한 부동산 투자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만 문제는 총리가 직접 거론한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는 엄연히 민간 자금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곳이다.

세금이나 정부가 가진 돈을 활용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들 기관의 목표는 민간의 특정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높은 수익률로 고객의 안전한 노후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인, 교사, 중소기업인, 건설인 등이 만든 공제회는 이들을 위한 기관인 셈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이 아닌 뉴딜 관련 정책 펀드에 투자하라는 취지로 들리는 발언인데, 상품이 좋으면 투자를 하는 단순한 논리인데 억지로 투자하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기관투자가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선관주의 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뜻하는 말로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고 수익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일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고객 돈을 지키고 최대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방법일 뿐 부동산 투기를 하겠다는 취지도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뉴딜 펀드 상품이 투자자 입장에서 최고의 상품이 아닐 수 있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투자하는 것은 연기금이나 공제회 투자원칙에 반할 수도 있다.

정부가 뉴딜 펀드 성공과 국내 벤처·혁신기업 투자를 늘리고 싶다면 수익률이 좋은 뉴딜 펀드 상품을 만들고, 국내에 벤처기업을 쉽게 설립할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면 될 일이다. 민간 자금은 돈이 되는 곳에 저절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기관투자가들 팔을 꺾고,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구태에 가깝다.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의결권으로 기업을 통제한다거나 이들 자금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게 활용하려 한다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에 또 한번 휩싸일까 우려된다.

[증권부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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