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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기자24시] 미국 '개미'들도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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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에서 '게임스톱'이라는 주식을 둘러싼 세력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 게임 유통 회사 주가는 1월 한 달 새 7배 올랐네요.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게임 수요가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자 상태인 이 회사 주식에 대한 지나친 과열은 차분히 양복을 차려입은 월가 매니저들에게 좋은 먹잇감처럼 보였습니다. 지난 수개월간 이 회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난 이유입니다.

그러자 발끈한 미국 전역의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납니다. '레딧'이라는 소셜미디어의 한 그룹에 서식하는 200만명의 개인투자자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일제히 공매도 세력을 몰아내자며 주식 추가 매수를 독려했습니다. 월가를 조롱하는 룰즈(Lulz·큰 웃음을 주는 밈)를 만들어 퍼뜨리면서 말이죠.

'버블'이라는 월가와 '웃기지 마라'는 개인들. 누가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해 저는 분명 게임스톱은 버블이며 미국 테크 주식에 거품이 많이 껴 있다고 생각합니다. 5년 후 이익을 1조원씩 낸다고 해도 비싼 기업인 도어대시 주가가 상장 하루 만에 2배 가까이 뛰는 경우도 있습니다. 5년 뒤에 이 회사가 살아남아 있을지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그와 별개로 저는 개인들의 투자문화가 영원히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을 '밈'으로 접근하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공부를 합니다. 과거 세대들이 향후 1년 회사의 이익을 예측하고 투자에 나섰다면 이들은 '1년은 짧다. 10년은 보고 장기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판단하겠다'며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과 유사한 관점으로 투자에 접근합니다. 단기 적자에 연연할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 새로운 세대가 만든 주식 투자의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예측하는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고 학습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업과 다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만들어서 축적해 온 지식과 데이터에는 다운이 없습니다. 거품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제부 = 신현규 특파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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