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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술에 ‘죄악세’ 물리면 건강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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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강 위해 부담금 부과 추진”

사실상 세금…소주값 인상 불가피

여론 반발에 19·20대 국회선 포기

국민은 퇴근 후 소주 한잔이 주는 위안과 절주(節酒)로 인한 건강 증진 중 어떤 쪽을 더 원할까. 정부가 소주·맥주 등 주류에 담배와 같이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해묵은 논란의 재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4500~5000원인 담배 가격을 10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돼 흡연자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27일 발표했다. 앞으로 10년간의 정부 건강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계획이다. 핵심 목표는 2018년 기준 70.4세인 한국인 건강수명(건강하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명)을 2030년에 73.3세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주류 및 담배 가격 인상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들이다.

복지부는 “술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등 가격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정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 술 광고 금지 지침 적용 매체를 TV 방송에서 인터넷·데이터 방송 등으로 확대하고 광고 모델 사진의 술병 부착 금지 등 주류광고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세 형평성 강화 취지도 배경에 깔렸다. 과도한 음주로 건강을 해친 사람들의 진료비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이 부담하는데, 비음주자 입장에선 이들을 위한 지출을 억울하게 분담하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음주는 연간 9조4500억원 상당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한다. 흡연(7조1000억원)·비만(6조7000억원)보다 많다. 정부는 부담금을 부과해 모은 기금으로 금주 정책을 펼치고 과도한 음주로 건강을 해친 환자들의 치료비 등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설탕에도 ‘죄악세’를 매긴다. 위험을 유발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류에 부담금이 부과되면 술값은 얼마나 오를까. 2015년 담뱃세·부담금이 대폭 오르면서 담배 한 갑당 가격이 2500원에서 4500~5000원으로 올랐는데, 이에 따라 궐련형 담배 기준 한 갑의 부담금은 841원이 됐다. 주류에 비슷한 수준의 부담금이 더해지면 소주·맥주 가격은 지금보다 20~30%가량 오르게 될 전망이다.

정부, 담뱃값 10년 내 8000원 이상으로 인상 추진

지금은 소주 1병(360ml)의 공장 출고가가 1081원, 맥주 1병(500ml)의 출고가가 1147원인데 부담금이 더해지면 1400~1500원대로 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격은 훨씬 더 많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당장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서민 술’로 불리는 소주·맥주 가격 인상에는 유독 민감한 여론이 들끓게 마련이다. 강명수(43·서울 송파구)씨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친구들과 소주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인데 부담금까지 따로 매겨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은 숨 쉴 구멍조차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19~20대 국회에서 주류 건강증진부담금 법안이 제출됐다가 폐기된 것도 서민의 반발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번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스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당장 몇 년 내에 주류 부담금을 도입한다는 건 아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연구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번 계획에 담배 건강증진부담금도 올려 10년 내 담배 가격을 OECD 평균 수준인 7.36달러(8000원)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함께 포함된 데 대해서도 “국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어 목표 기간인 10년 안에는 부담금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올릴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015년 담배 가격 인상으로 걷은 부담금도 상당 부분 국민 건강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 부담금을 매긴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세금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스더·김민욱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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