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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제3차 백신전쟁, 접종 [손현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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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백신전쟁엔 3단계가 있다고 필자는 3주 전 매일경제 '빅픽처' 칼럼에 썼다. 1차는 개발, 2차는 도입, 그리고 마지막 3차 전쟁은 다음달부터 시작될 접종.

1차 개발 전쟁은 사실상 완패다. 그러나 언젠간 다시 찾아올 백신 개발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교훈을 얻으면 다행이다. 2차 도입 전쟁은 정부는 비록 패배가 아니라고 하지만 구질구질 변명해봐야 납득이 안 된다. 그리고 이제 남은 3차 전쟁, 접종 분야다. 이거야말로 객관적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이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촘촘한 행정력이 있고, 탄탄한 의료시설이 있으며 완벽에 가까운 정보통신 기반이 구축돼 있다. 백신만 확보하고 있다면야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빨리 전 국민 접종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질병관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컨트롤타워도 구성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토교통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 간 역할 분담도 마쳤으며 사전교육과 도상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불안감을 떨궈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백신 접종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1 원칙, 100% 안전한 백신은 없다는 점. 모든 백신은 예외 없이 부작용이 있다. 그저 불편을 느낄 정도로 별 게 아닐 수 있지만 심각하게는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면역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체질마다 다르다. 접종하는 국민은 비록 낮은 확률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심어주면 후과(後果)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작용을 언급한 건 잘했다.

제2 원칙, 백신은 아플 때 맞으면 안 된다. 100% 안전한 백신은 없지만 백신을 안전하게 접종하는 건 중요하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전문가들은 급작스러운 발열이나 신체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다면 백신 접종을 늦추라고 권고한다. 그럴 때 맞으면 소위 물백신이 된다. 면역이 생기기 어렵다. "내가 책임질게, 괜찮아. 그냥 백신 놔줘." 이렇게 우기는 사태가 생기면 접종 현장에서 대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제3 원칙, 벙벙한 표현이긴 하지만 목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의 최우선 목표를 치사율 감소로 잡고 있다. 그다음이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 것이고, 세 번째가 코로나19 전파 차단이다. 이른 시일 내에 집단면역을 만들어 마스크를 안 쓰는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자는 게 1차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정부는 왜 치사율 감소를 1순위로 했는지 그 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목표하에 노약자 등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점도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왜 나는 늦게 맞느냐"라는 국민적 저항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다. 그건 도입 시기가 각기 다른, 그것도 다섯 종류나 되는 백신을 접종 대상자와 매치시켜야 한다는 점. 머리 터지는 고차 방정식이다. "나는 화이자 백신 맞을래." 이런 게 안 된다. 영하 70도에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의료진이 요양병원으로 들고 갈 수는 없다. 화이자는 국민이 정해진 장소로 찾아와 맞는 백신이다. 이런 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분명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백신이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생한 수많은 전염병 중 인간이 정복한 건 딱 하나. 천연두밖에 없다. 에드워드 제너의 두창 백신이 나왔기에 진정될 수 있었다. 그때가 1796년. 그런데 이 병의 종식을 선언한 건 1980년 5월. 백신이 나오고 184년이나 지나서였다. 이제 두 번째로 정복을 눈앞에 둔 전염병이 소아마비다. 아직도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이 생긴다 한들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숙명이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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