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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미 증시 ‘게임스탑’ 쇼크에 휘청 [株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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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공매도 비중 높은 타깃 집중 매수

게임스탑 새해 1500% 폭등…AMC 하루 300%↑

"개인투자자로의 시장권력 이동" 평가

헤지펀드 대규모 손실…마진콜 우려에 시장하락 주도

거품 우려에 미 금융당국 시장 모니터링 돌입

헤럴드경제

미국 일리노이주 데스 플레인즈에 있는 게임스탑 매장 앞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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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미국 증시가 게임스탑이 촉발한 숏스퀴즈(short squeeze,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했으나, 주가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해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것) 쇼크에 휘청이고 있다. 게임스탑과 AMC엔터테인먼트 등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자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손실 만회를 위해 시장 전반의 매도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주가가 큰 폭의 하락을 보이자 미국 금융당국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세력을 타격=28일 오전 마감된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탑의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133.41% 폭등한 345.4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1500% 폭등했다. 또 ‘제2의 게임스탑’으로 지목된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 300% 넘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AMC 주가는 전장 대비 301.21% 상승한 19.9달러에 마감했다.

두 종목의 주가 폭등은 공매도에 따른 숏 스퀴즈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려동물 용품업체 츄이(Chewy)의 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 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급등하자 시트론리서치, 멜빈캐피털 등 헤지펀드들은 공매도로 맞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져 주가가 치솟았고, 헤지펀드들은 급기야 숏 스퀴즈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헤지펀드 업계의 강자 가운데 하나인 멜빈 캐피털이 올들어 3주 동안 3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내고 공매도 계약을 종료했다.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올들어 공매도 세력들이 게임스톱 공매도로 본 손실 규모는 50억달러가 넘는다.

▶"월가의 권력이동 상징"=이를 두고 미국 증권가에서는 시장 권력의 변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도태 기업으로 지목되던 게임스탑과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 블랙베리의 최근 주가 폭등은 월가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 펀더멘털 등을 토대로 펀드(기관)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이익을 거둬왔지만,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 전쟁을 벌여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개미투자자 부대가 월가를 포위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베테랑 헤지펀드들을 비틀거리게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현재 한국의 동학개미가 주도하는 장세의 흐름과 유사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대규모 손실을 안겼지만, 미국 증권가에서는 또 다른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다. 게임스탑 등의 공매도에서 손실을 보고 ‘마진콜’(margin call)을 받은 헤지펀드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진콜이란 손실이 난 선물계약 등에 대해 증거금 부족분을 채우라는 요구를 말한다.

펀드스트레이트의 탐 리 창업자는 “게임스탑처럼 대규모 공매도된 주식의 급등은 대규모 마진콜을 불러온다”며 “마진콜 때문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헤지펀드들의 보유 주식 매도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다른 펀드매니저들도 덩달아 '위험회피' 모드로 돌아서게 한다”고 말했다.

▶변동성 급증에 백악관·SEC까지 나서…일부 “시장거품 반영 방증”=실제 이날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뚜렷한 악재가 없는 가운데서도 나란히 2%가 넘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변동성 또한 커지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1.64% 폭등한 37.21을 기록했다.

이에 미국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투자자 보호와 효율적인 시장 관리를 위해 유관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팀이 게임스톱 등 이상 주가 흐름을 보이는 주식들과 증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않는 주가 급등은 결국 시장의 거품을 반영하는 것이라 지적이 나온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주도의 숏 스퀴즈로 인한 주가 급등은 ‘사상누각’일 따름이다”라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일시적 수급 불균형으로 상승하는 주가는 다시 이전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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