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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스터리한 영감, 훈련하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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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창작자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영감은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걸까? 미스터리한 이 영감은 소설가 김다은에 따르면,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려운 행운’이다.1000만분의 1이 될까 말까한 획률이니 절망적이다. 그런데 그는 한줄기 빛을 보여준다. 영감은 훈련에 의해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비밀’‘금지된 정원’ 등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킨 작가는 ‘영감의 글쓰기’(무블출판사)에서 20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스스로 창작을 하면서 발견한 영감의 실체를 본격 공개했다.

그는 우선 영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외부의 자극은 스스로 올지라도 영감은 스스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이나 독서, 음악을 통해 자극을 받더라도 글쓰기에 필요한 영감을 곧장 얻기는 어렵고, 그 자극이 영감으로 바뀌는 화학작용이 내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엔 두 개의 힘이 작용한다. 단어력과 사유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기 때문에 언어의 질과 양은 사유의 질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영감은 감성의 촉수를 예민하게 갈고, 언어의 상상력 사전을 풍부하게 만들며, 깊이 생각하는 힘을 통해 획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영감의 글쓰기’는 도발적이 제목 만큼이나 구성도 다른 글쓰기와 다르다.

지루한 이론이 아닌 그림 등 다양한 예시와 응용문제 식으로 실전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뇌를 자극한다.

가령 1장 글쓰기를 위한 영감 훈련에서, 작가는 생활 속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반전의 사례를 통해 이면을 발견하고 상상하는 훈련을 소개한다.

책에는 영감의 길잡이로서 수많은 작품 예시가 들어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주제 사라마구, 미셸 푸코 등의 거장 뿐 아니라 파릇파릇한 영감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소개된다. 하루키의 단편 ‘로마제국의 붕괴-1881년의 인디언 봉기-히틀러의 폴란드 침입-그리고 강풍세계’은 단어와 상상력이 만나 문학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로 꼽힌다.

작가가 영감의 글쓰기의 원천으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사유하는 습관이다. 스스로 질문을 품고 곰곰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생각과 사유는 다르다. 생각이 아집이나 고집으로 다른 사람을 구속시킬 수 있는 반면 사유는 묶여있던 생각에서 스스로 풀려나면서 타인도 자유롭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영감과 사유,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자들의 아름다운 내면의 소용돌이”인 상상력이 만난다.

책은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와 작법도 쉽고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영감은 흔히 뜬금없이 찾아오는 어떤 신비한 것쯤으로 여긴다. 또는 그 실체를 감각하면서도 정작 정리된 언어로 드러내는데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정면으로 영감에 다가간 책은 작가가 스스로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해부해 얻은 자기성찰이자 글쓰기의 비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영감의 글쓰기/김다은 지음/무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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