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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삼성·LG·효성 창업주 배출한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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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9년 폐교된 지수초등학교와 `재벌 소나무`. [사진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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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이병철, 연암 구인회, 만우 조홍제의 100년 전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승산마을은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현장으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곳이다."

한국경영학회, 한국창업학회, 한국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원이 주최하고 경상대학교 경영대학, 국립대학육성사업단이 주관하는 '지수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업가 정신' 포럼이 28일 온라인 줌(ZOOM)으로 열렸다.

1921년 설립돼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지수초등학교(당시 지수보통학교)는 삼성 이병철·LG 구인회·효성 조홍제 창업주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진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서로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1회 입학생으로 동문수학했다. 경상남도 진주 승산마을에 설립된 지수초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군 기업가들의 요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로부터 '만석꾼 동네'로 불릴 만큼 부자들이 많이 살았던 승산마을은 LG 구씨 가문과 GS 허씨 가문이 수백 년을 어우러져 살아온 곳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망과 근면, 나눔 정신 등이 뿌리를 내린 이 지역에서는 한국을 이끈 수많은 기업인이 배출됐다. 구철회 LIG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지수초 출신 한국 기업인은 6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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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경상대 경영학과 교수는 "호암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호암에게 '인의예지신' 가운데 특히 '신'을 강조했다"며 "이는 호암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손해를 보더라도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삼성의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서 출생한 호암 이병철 회장은 허씨 집안으로 시집간 둘째 누나 집에서 지수초를 다녔다. 11세에 3학년을 잠시 다닌 후 가을 학기부터 서울 가회동 외가로 옮기면서 지수초에서 지낸 시절은 길지 않다. 하지만 연암 구인회·만우 조홍제와 심었던 '재벌 소나무(재벌송)'는 지금도 교정을 지키고 있다. 호암 이병철·만우 조홍제는 청년 시절 일본 유학을 함께 떠날 만큼 가깝고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다.

정대율 경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한국경영학회 울산경남지회장)는 "일제강점기 시대 설립된 지수초에는 진주 함안 의령 등에서 수많은 학생이 몰려와 공부했다"며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많은 인재를 배출한 배움의 전당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수 승산마을 부자들의 정신은 한국 기업가 정신의 원류"라고 말했다. 그는 "구인회 회장의 조부인 구연호는 한말 유명한 유학자로 당시 나라가 망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낙향해 자신을 가다듬으며 손자 구인회를 키우는 데 정성을 쏟았다"며 "구인회 회장은 상하이 독립자금을 전달하는 등 구국 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달 한국국제대학교 교수는 "100년 전 호암 이병철, 연암 구인회, 만우 조홍제의 우연한 만남은 개인 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기업가로 성공을 이루고 협력하며 경쟁하는 원천이 됐다"며 "이는 광복 후 이병철·조홍제가 동업관계를 맺고 함께 큰 성공을 거두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1962년 이병철과 조홍제는 당시 복합적인 이유로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각자 삼성과 효성의 길을 걷는다. 만우 조홍제는 이후 독자 사업으로 '동방의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를 지닌 '효성 시대'를 열었다. 이 교수는 "만우 조홍제의 기업가 정신은 현재 세계 최고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친환경 섬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만우의 '인화'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와 사업을 읽어내는 통찰력, 기술 중심 경영이념이 효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승산마을 지수초는 인구감소로 2009년 폐교됐다. 지수초는 인근 진주시 지수면에 있는 송정초와 통합돼 지수초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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