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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헌재 “공수처법 합헌”, 코드 맞춘 뒷북 결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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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차장과 수사처 검사 인선 등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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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2월 공수처가 ‘초헌법적인 국가기관’이라며 낸 공수처법 위헌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기각 및 각하 결정했다. 공수처가 이미 출범했고 진보성향 인사들이 헌재 재판관 다수를 차지한 터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3개월 만에 끝냈던 헌재가 이 사안은 1년을 끌다가 결론을 낸 건 납득하기 어렵다. 공수처장까지 선출돼 인선 작업을 하는 마당에 실효성을 상실한 ‘뒷북 결정’ 아닌가.

재판부는 공수처가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에 대해 공수처장의 이첩 요청권도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결정”, “코드 인사에 따른 코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은 공수처법의 심판 대상 조항이 위헌이란 의견을 냈다.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행정영역인 수사·공소권을 행정 각부에 소속되지 않은 공수처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사이의 수사 관할 배분을 공수처장의 일방적 결정에 일임한다”며 “이첩 여부가 공수처장에 의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향후 공수처와 검찰·경찰 사이에 사건 이첩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어제 공수처 차장으로 판사 출신 여운국 변호사를 제청했다. 그는 20년간 법관 생활을 한 형사전문 변호사로,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가 지원 사격을 한 적이 있지만 ‘코드 논란’이 심하게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공수처장과 차장 둘 다 수사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그만큼 후속 수사검사 인선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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