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硏, 구체적 시나리오 공개
소행성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를 3만1000km 거리에서 스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천문학계는 아포피스를 관측하면 태양계의 비밀을 풀 과학적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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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4월 13일. 소행성 ‘아포피스’가 2029년 4월 13일 지구로부터 3만100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지구에서 약 3만6000km 떨어진 정지궤도에 떠 있는 천리안 위성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다. 아직 우주개발 기술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미국, 일본처럼 수억 km를 날아가지 않고도 소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28년 12월 한국의 첫 소행성 탐사선이 아포피스의 공전궤도로 날아간다. 25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미래포럼에서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 우주 탐사의 전환점을 마련할 첫 소행성 탐사 계획을 공개했다.
소행성은 태양계가 처음 형성될 때 환경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과학자들이 소행성을 태양계의 화석으로 보는 이유다. 소행성에는 희토류나 희귀 광물이 많아 미래 자원의 보고로도 꼽힌다.
2004년 미국 과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아포피스’는 324일마다 한 번씩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이다. 지름 390m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높이 381m)만 하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 지구 위협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 떨어진다면 수도권 전체를 파괴할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가졌다. 고대 이집트 태양신 라(Ra)를 삼킨 뱀의 이름을 따 ‘아포피스’라 불리는 이유다.
천문연은 아포피스의 접근을 공포가 아닌 기회로 봤다. 소행성 탐사는 태양계를 연구하는 과학 임무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과제다. 우주 공간을 수억 km나 날아가서 지름이 1km도 되지 않는 소행성에 정확히 안착하는 데 첨단 과학과 수학, 기술이 동원된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난달 지구에서 3억4000만 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의 흙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도 지난해 10월 3억3400km 밖 소행성 ‘베누’의 표면에 다가가 암석 표본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포피스는 인류가 탐험했던 다른 소행성보다 훨씬 가깝게 지구에 접근하는 만큼 ‘가성비’ 좋은 소행성 탐사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2023년 지구로 귀환하는 오시리스-렉스를 아포피스 탐사용으로 돌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프랑스와 대만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탐사가 제안됐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먼저 추진 의지를 보이는 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국내 기술로 지구 화성 사이 소행성 벨트나 화성 너머까지 가기는 어려워도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 탐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문연의 시나리오대로라면 한국의 첫 소행성 탐사선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차기 개량형 모델에 실려 2026년 말 발사된다. 아포피스가 북두칠성과 비슷한 밝기로 빛나며 지구의 밤하늘에 등장하기 앞서 2028년 12월 탐사선이 아포피스 공전궤도로 접근한다. 탐사선은 지구로 접근하는 아포피스 주변을 돌면서 지구 중력에 소행성의 자전 주기와 표면 구조가 바뀌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예정이다. 2029년 7월에는 소행성 표면에 가까이 접근해 초소형 탐사로봇을 내려놓고 시료 채취에 나선다.
아포피스만 한 천체가 지구를 스치듯 지나가는 것은 1000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천문 현상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바 없는 소행성이 중력에 의해 받는 다양한 영향을 볼 기회다. 문홍규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아포피스 양 끝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로 산사태가 일어나거나 표면이 갈라지면 태양계 비밀을 담은 소행성 내부를 들여다보는, 과학적으로 매우 드문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발사체와 위성 다음 단계의 우주 개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우주 탐사 계획은 2022년 발사가 예정된 달 궤도선 사업과 2030년 달 착륙선 사업이 전부다.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선을 개발하면 두 사업 사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제안이다. 다양한 우주 탐사 사업을 통해 향후 개발할 우주발사체 성능과 사용 목적도 좀 더 분명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주 개발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는 ‘뉴스페이스’를 감안한 민간 참여 확대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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