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 재판에서 판결문 작성에 간여한 혐의로 기소된 당사자다. 여당은 "1심 재판부가 위헌적 행위로 판단했다"며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법리 다툼이 진행 중이다.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사실로 단정 짓고 탄핵부터 외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깃든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재판부는 임 판사에 대해 "징계 사유로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따라서 설령 위헌적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것이 바로 탄핵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을 때'는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했을 경우다. 그런데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도 않은 판사를 탄핵하는 것은 명백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재임용을 포기한 임 판사가 오는 2월에 퇴임하면 탄핵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여당이 탄핵 무리수를 두는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 재판 등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속셈 때문일 것이다. 조 전 장관의 감찰 무마 및 자녀 입시 의혹을 비롯해 울산시장선거 개입·월성 원전 의혹 등 줄줄이 남은 재판에 대한 압박 효과도 노렸을 수 있다. 하지만 174석의 거대 여당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할 사법부를 탄핵으로 겁박하면 재판 독립성이 무너지고 삼권분립과 법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선출된 의회권력이라는 이유로 사법정의를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 터키, 헝가리 같은 독재정권처럼 권력을 위해 판사를 탄핵하는 반민주적 행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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