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
미국 게임스탑 공매도 전쟁에서 개미 투자자들에게 백기 투항한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의 자산이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 게이브 플롯킨이 이끄는 멜빈캐피털의 운용 자산이 1월 한달간 53%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멜빈캐피털의 운용 자산은 지난해 초에는 125억달러(14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80억달러(8조9000억원)로 줄어들었다.
이중 27억5000만달러(3조원)는 헤지펀드 시타델 캐피털,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지난주 긴급 자금으로 수혈받은 것으로, 운용 손실액만 보면 72억달러(약 8조원) 수준이다.
플롯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스티브 코헨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 회장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다.
헤지펀드의 다양한 투자 전략 중 공매도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탑 공매도에도 적지 않은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매도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를 1700% 가까이 띄우는 바람에 멜빈 캐피털의 손실이 불어났고, 결국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주당 17.69달러였던 게임스탑의 주가는 같은 달 마지막 거래일인 29일에 325달러로 마감했다.
멜빈은 게임스탑 외에도 베드배스앤드비욘드, GSX테크에듀, 내셔널베버리지 등의 주식을 공매도했으나 이들 종목 역시 각각 78.4%, 62%, 99% 상승해 타격을 입었다.
멜빈캐피털은 최근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헤지펀드 중 하나였다. 2015년 수익률은 47%로 10억달러 이상 자산을 굴리는 헤지펀드 중 2위에 올랐다.
그러나 게임스탑 공매도 실패로 창립 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총 운용 자산의 비율을 뜻하는 레버리지 비율은 회사 설립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가에선 멜빈캐피털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도 확산했지만, 플롯킨 CIO는 파산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역시 게임스탑 공매도에 뛰어들었던 메이플레인 캐피털도 1월 한 달간 45%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D1캐피털 역시 약 20%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WSJ는 "펀드 매니저들은 숏 포지션(주식 혹은 옵션 등을 매도한 상태)이 막대한 손실을 메워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잃게 됐다"며 "일부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으로 업계 운용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펀드가 거래량이 적고 공매도가 많은 종목을 피하기 위한 (내부) 정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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