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민주당 의원, 탄핵소추안 대표 발의
법조계 "이미 법원 내부서 탄핵 제시했는데 지금 와서 왜?"
한 달 뒤 법복 벗어…헌재서 각하 가능성 제기
임성근 "변호사 개업 막겠다는 것, 탄핵 목적에 배치"
민주당이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
1일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2월 임시국회가 개회한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오는 4일 본회의 표결이 유력한 가운데, 이날 가결 정족수인 150명을 훌쩍 넘긴 16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가결이 유력하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종 결정은 헌재에서 이뤄진다. 헌재가 탄핵 여부를 심리해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임 부장판사는 파면된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이 처리되면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법관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다.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이번이 헌정 사상 세 번째며,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해서는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탄핵소추안 발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법 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의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이라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냐”며 “형사재판하고 다르더라도 탄핵은 어떤 범법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수사·기소도 않고 공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파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민주당이 왜 지금에 와서 탄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 농단 의혹이 자체 조사로 드러났을 때 이미 탄핵을 해결책으로 언급했는데 그때는 수사하자고 하다가 왜 이제 와서 탄핵을 하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실익이 없다는 것은 민주당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범여권에 불리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이와 관련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지난 2018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법 농단 의혹을 검찰이 아닌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당시 법원이 사법 농단 관련자들에게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가 정직에 불과하기에 이처럼 탄핵론을 펼쳤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임 부장판사의 판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파면되려면 현재 판사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는 이번 인사에서 10년마다 신청하는 판사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오는 28일로 임기가 끝날 예정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 직위에 없는 사람에 대해 파면을 결정하는 것에 어떤 효력이 생길지 의문이다”며 각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면과 사표, 해임 등의 경우는 법에서 절차를 정하고 있지만, 임기 만료의 경우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임 부장판사 측도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사실 관계와 법리 공방이 이뤄지고 있고, 법률상 명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발의자는 변호사 개업을 막을 목적으로 발의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바, 이는 탄핵의 근본 목적에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급여도 일부 제한된다.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지난 2015년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을 적극 반영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선고 이후 등록된 판결문에서 양형 이유를 수정하고 일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 약식명령 재판을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려는 판단을 막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임 부장판사는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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