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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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정치권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진보정당 의원 161명은 1일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이 처리되면 임 부장판사는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심판에 오르는 법관이 된다.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관 탄핵 추진부터 소추안 발의가 될 때까지 줄곧 침묵을 지켰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있은 후에야 2일 "탄핵절차에 관하여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에서 이에 관하여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 입장이 나왔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며 김 대법원장이 당연히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수년간 줄곧 '좋은 재판'을 강조했지만, 그간 사법부 독립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19년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여권에서는 재판부를 비난하며 '재판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여권은 해당 재판부의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력을 들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비난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 대법원장은 이후 출근길에서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관해서 국민들께서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선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고, 건전한 비판을 넘어서 그 내용이 과도하거나 재판(을) 한 개인 법관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의 입장이 뒤늦은데다 표현 역시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8·15 집회 금지처분의 집행정지를 결정한 법관의 이름을 딴 '박형순금지법'이 발의되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한 탄핵청원 운동이 벌어지자 김 대법원장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탄핵청원글이 올라온 지 열흘이 넘은 후에야 나와 '뒷북' 지적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의 이러한 태도는 그가 기치로 내건 '좋은 재판'과 상충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좋은 재판을 강조하면서 사법부 독립에 눈을 감는 것은, 남의 땅에 좋은 집을 짓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법관 탄핵에 대해 대법원장이 다시 한번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사들은 탄핵 추진의 의도를 의심한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법개혁을 내걸고 국회의원에 당선된지 10개월,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아무런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탄핵이 추진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게다가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임 부장판사는)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재판독립을 침해한 반헌법행위자'로 공인한 사람"이라면서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에 회부하는 것'으로 재판독립을 침해한 사람을 헌법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의무"라고 탄핵 소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언제든 법관을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당 이수진 의원의 말도 이러한 의심에 힘을 더한다.
이 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이제 사법부 역사는 법관 탄핵 전과 후로 나누어질 것"이라면서 "국민의 마음과 인권을 무시하는 일부 판사들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판사들의 처신과 판결도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후 '앞으로' 법관들이 판결을 신중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면서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재판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수장은 여전히 답이 없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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