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가운데)이 2일 열린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이영면 한국경영학회 회장(왼쪽)과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전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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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현대중공업만은 살아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꼭 살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2일 전문경영인 최초로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에 오른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지난 1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국민과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로서 직원들에게 '회사만은 꼭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권 회장은 "회사 경영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있지만 이제는 잘 마무리돼 가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를 보여드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경영인으로서 큰 업적을 남긴 배경에 대해서는 '원칙 경영'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정말 부족한 게 많았고, 주변에 훌륭한 분들을 만나 이 자리까지 왔다"며 "그나마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준 것은 원칙을 지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영자로서 해야 할 결정을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미룬 적 없고, 국가와 회사, 주주를 대신해 경영에만 전념했다"며 "대주주의 말 한마디에 휘둘린 적도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지 모르겠지만 근무하는 동안에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관련해 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국내에서는 1·2위이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순위가 떨어진다"며 "세계 랭킹 5위권 안에 들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종업원들과 힘을 모아 회사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로 입사해 현대오일뱅크 사장,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 부회장,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등을 거쳐 현재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으로 사실상 첫 시험대인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그는 과감한 투자 결정과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130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늘리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당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에 빠지면서 한국 간판 기업인 현대중공업도 수조 원대 적자를 내며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 있었다. 권 회장은 취임 즉시 본인의 급여를 전액 반납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하는 인사혁신으로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과감한 사업 재편 노력도 병행했다. 호텔, 증권 등 비핵심 사업은 물론 부동산과 주식 매각 등 현대중공업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외부에서는 (저를) 구원투수라고 표현하는데, 구원투수는 길어야 1~2이닝을 소화할 뿐"이라며 "이미 6~7년 지났기 때문에 사실상 선발투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 시절만 해도 매번 꺼낼 새로운 '카드'가 없어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모든 열정을 다 쏟아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윤재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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