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해외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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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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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법부에서 탄핵 절차
미국 헌법은 입법부에 법관의 탄핵 권한을 부여한다.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미 연방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연방 상원이 탄핵소추장을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지만, 탄핵 여부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정하는 한국과 다른 구조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엄격한 조사는 필수다. 미 하원 법사위(House Judicial Committee)는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탄핵 절차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 조사에 나선다. 원활한 조사를 위해 ‘소환 영장(subpoena)’과 ‘의회 모욕죄(contempt)’와 같은 제재 권한도 갖는다. 이외에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사례처럼 특별 검사가 조사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해 탄핵을 의뢰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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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소추안 표결에 앞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까닭에 법관 탄핵 사례가 많지는 않다. 1803년 이후 하원에서 연방 법관 15명이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 중 8명이 상원에서 탄핵 결정을 받아 파면됐다. 연방 대법관은 사뮤엘 체이스 한명만이 하원에서 탄핵이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기각됐다. 법관 탄핵 사유로는 정신적 불안과 재판 중 주취 상태, 자의적·고압적 재판 지휘, 소송 당사자와 부적절한 사업상 관계, 탈세ㆍ위증ㆍ뇌물요구 모의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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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탄핵 앞서 사실관계 조사
일본 역시 의회에서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중의원과 참의원 각 10명으로 구성된 ‘재판관소추위원회’가 법관에 대한 파면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탄핵심판이 개시된다. 이후 ‘탄핵재판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파면에 합의하면 법관 탄핵이 가능하다. 탄핵재판소 구성원은 중의원과 참의원 각 7명씩 총 14명으로 지정하고 있다.
조사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중 하나다. 재판관탄핵법 제11조에 따르면 재판관소추위원회는 법관에 대한 소추청구나 파면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증인의 출석과 기록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할 시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을 갖는다. 1948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에선 7명의 재판관이 탄핵당했다. 약식명령과 집행에서의 직무태만, 향응 등 뇌물, 아동성매매, 전철 내 성추행 등이 탄핵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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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곧바로 본회의 의결
한국에선 탄핵 대상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가 꼭 필요하지 않다. 국회법 제130조에 따르면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 본회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지만, 법사위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단 법사위에 회부할 시 법사위는 지체 없이 조사를 보고해야 하고 국가기관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충분히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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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열린민주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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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사위로 탄핵소추안을 회부한 사례는 드물다. 조사를 명분 삼아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됐을 당시에도 국회는 본회의 의결을 곧바로 추진했다. 이런 이유로 임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국회법에 따른 사실 조사가 선행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조사없이 일방적 주장만으로 탄핵 절차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이명웅 변호사는 “현행법상 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검찰이 수사한 공소장을 기반으로 해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위법하지는 않지만,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만큼 조사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국회에서 탄핵 절차에 대해 제도적으로 개선할 지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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