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얀마 네피도 의회 인근 봉쇄된 도로를 따라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사진=AFP |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서비스 접근을 차단했다. 아직 시민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 가능한 것과는 상반된다.
4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얀마 정보통신부는 온라인 서한을 통해 "'안정성'을 위해 오는 7일까지 페이스북 서비스를 차단할 것"이라고 알렸다. 지난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사흘 만에 페이스북 소유 서비스에 대한 접속을 막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인터넷 모니터링 서비스 넷블록스는 국영 통신사 미얀마우정통신(MPT)이 페이스북은 물론 이 업체 계열의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자사 네트워크에서 차단했다고 전했다. MPT는 23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해 미얀마 통신시장을 장악한 업체다.
이에 대해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현재 미얀마 일부에서 페이스북 접속이 중단됐다는 것을 안다"며 "미얀마 국민들이 가족, 친구와 소통하고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연결을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페이스북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확산시킨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군부가 쿠데타 저항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접속 차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과 동의어로 사용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군 미얀마 인구 5300만명 중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 이용자다.
지난 3일 양곤에서 한 여성이 냄비를 들고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선 모습./사진=AFP |
쿠데타 발생 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수치 고문의 초상화나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며 군부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했다. 시민단체들은 페이스북 등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운동가들이 개설한 '시민 불복종 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하루 만에 15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지난 2일과 3일 미얀마 시민들은 최대 상업도시 양곤 거리에 모여 "악은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냄비와 깡통을 두드리며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렇듯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군부는 우선 페이스북 등 SNS부터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경우 SNS를 통해 현장 사진 등이 공유되면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면 군부는 아직까지는 소규모 거리 시위에 대한 통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 측은 이번 쿠데타를 비상사태로 보고,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 계정을 삭제했다. 미야와디TV는 군부가 홍보 등을 위해 운영하는 채널로, 쿠데타 관련 성명도 이곳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페이스북 공공정책담당은 "페이스북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을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며 "긴장을 부추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가 압승한 지난 총선 결과를 왜곡하는 콘텐츠, 쿠데타를 찬양하고 지지하는 콘텐츠, 폭력을 부추기는 콘텐츠 등도 삭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군부는 "현재 국가 안정을 저해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미얀마 불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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