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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와의 전쟁’…과잉처벌 논란 넘는 입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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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앞줄 왼쪽 두번째), 양기대 의원(앞줄 왼쪽 세번째) 등이 지난해 10월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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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악의적 오보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언론개혁’ 법안 처리를 공언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대표 등 지도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를 넘는 것이 과제로 놓여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하며 언론개혁 법안에 대한 2월 임시국회 처리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입법 대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8년 이해찬 대표 시절부터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박광온 위원장)를 구성해 각종 법안을 준비했고, 당내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규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표현의 자유 논란에 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의성이 없는 언론의 ‘결과적 오보’와 악의를 가진 ‘가짜뉴스’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가동된 민주당 미디어티에프(TF)는 우선 “실질적 피해구제”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디어티에프 단장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잡는 법안은 가짜뉴스의 정의부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간이 더 걸린다”며 “2월 임시국회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 전 마지막 입법 기회인 만큼 일반 시민의 피해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할 경우에 최초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하도록 강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영호 의원 발의), 포털 댓글로 인해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받은 경우 피해자가 해당 게시판의 운영 중단을 요청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양기대 의원 발의) 등이 주요 법안이다. 파급력이 센 온라인 기사의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단계에서 피해자에게 ‘열람차단청구권’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의원 발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모두 언론보도에 대한 피해구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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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 탄핵소추안 투표에 앞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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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언론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침해, 과잉처벌 논란도 제기된다. 특히 거대 언론이 아닌 유튜브 이용자나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를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방법 개정안(윤영찬 의원 발의)이 대표적이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가 고의로 거짓·불법 정보를 생산·유통해 다른 이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검토보고서에서 윤 의원 법안에 대한 과잉처벌 우려를 밝혔다. 당시 검토보고서는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형법에 비해 가중처벌하고 있고, 특히 거짓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다른 위반행위와 견주어도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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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별도의 입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사가 아닌 온라인 이용자 개인 입장에서 ‘거짓’ 정보를 모두 판별하기 어려운 점도 있는 만큼 과잉 처벌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정교한 입법을 주문하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보통 징벌적 손해배상은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나 단체 등에 조직적인 책임을 물을 때 쓰여온 제도다. 개인에게 부과하기 적당한 가중처벌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현 제도로 통제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무엇을 막기 위한 것인지 등 논의가 성숙하지 않은 채 법을 만들다 보면 실효성 없이 법이 관할하는 영역만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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