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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탄핵소추·김명수 거짓해명에 법원 혼란…"위헌적 직권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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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가운데, 그의 사표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법원 안팎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17기 140여명은 5일 집단 성명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수장으로서 판사를 보호하기는 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사법부 독립을 포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하고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다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탄핵돼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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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김명수 대법원장. 2020.10.20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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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 판사가 한 행위가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임 판사의 행위는 탄핵사유에 현저히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이번 탄핵 소추의 실체는 법원 길들이기이며 범여권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이미 무죄를 선고한 임 부장판사 행위에 대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한 것"이라며 "임 부장판사가 오래전에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와 무관하게 불과 20여일 후면 임기가 만료됨에도 기어코 탄핵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고 시도했다"고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어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임 판사를 탄핵하려는 이유는 이 나라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애국적 사명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 최근 몇몇 판결들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김 대법원장의 발언을 비롯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둘러싸고 여러 비판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종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망에 "법관에게는 10년이라는 임기 조항이 있는데 이는 탄핵에 의한 파면, 징계절차에 의한 정직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면직, 해임 등이 없는 이유 중 하나이고 자발적 의사에 의한 사임, 법관 임기 10년이라는 규정은 실질적・규범적으로 이 중간영역을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며 "자발적 의사를 존중하더라도 법관의 형사 등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관 직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윤 부장판사는 "법관 임기보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다르고 해석과 적용할 때 현실, 결과, 영향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관한 시각은 다양하다"면서도 "여기에는 방법과 한계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과 재판은 현실, 결과, 영향 등만을 다르거나 반영하는 것이 아닌 과정이고 절차"라며 "입법부와 사법부는 다르다. 입법부 판단에도 헌법적 정당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판사는 "여러 제도 중 수사가 재판에 선행되는 제도가 상당기간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며 "수사 등 선행주의와 다른 제도와의 관계도 헌법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헌법국가의 인권과 기본권, 그리고 헌법적 정당성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도 전날 올린 '누가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 라는 글에서 "(임 부장판사의) 사직 반려 경위에 관해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에 대한 법원 내외 비판은 당사자께서 지고 가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탄핵이 논의되는 도중 사직 수시로써 탄핵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 오히려 직무상 의무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정작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내편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 법원의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외부 세력"이라며 "사법부 구성원들까지 외부의 부당한 정치화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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