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텍사스주 알라모에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을 찾아 연설을 한 뒤 손가락으로 청중 쪽을 가리키고 있다. 알라모=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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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가 기밀 브리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전직 대통령 중 처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기밀 정보 브리핑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주어지지 못하도록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도무지 예측하기 힘든(erratic) 행동”이 이유다.
이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브리핑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에게 기밀 브리핑을 제공하는 게 무슨 가치가 있냐”고 반문하면서다. “실수로 무엇인가를 말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말고 그가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냐”고도 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퇴임 뒤에도 기밀 브리핑을 받는 게 관례다. 현재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살아 있는 전 대통령은 전부 정례적으로 브리핑을 받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 대통령에게 기밀 브리핑이 제공되는 건 예우 차원에서이기도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한테 자문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기밀 브리핑 제공 대상에서 제외되는 전직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재임 기간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누설로 구설에 오른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취임 초기인 201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에게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시도와 관련한 첩보를 언급해 정보 제공자를 위험에 빠뜨린 일이 전형적이다. 2019년 8월에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촬영한 항공 사진을 자기 트위터 게시물에 첨부했다가 자국 정찰 역량을 대통령이 노출했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이득을 얻고 싶거나 외국 정부를 위협하고 싶은 경우 자국 기밀을 공개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핵무기 발사 과정과 미 당국의 정보 수집 역량 등 중대 기밀이나 자기 임기와 관련한 기밀에 대해서는 임기를 마치고도 접근 권한을 계속 보유하는 전직 미 대통령이지만 기밀을 유출해도 법적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 다른 고위 당국자들과 달리 임기가 끝날 때 기밀 누설 금지 조항에 서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예우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 그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퇴임 뒤 기밀 브리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애덤 시프 연방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이 대표적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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