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연구 결과
민간 디지털화폐와 구분하고 한은법 주화 개념도 추가해야
법화 지위 갖추면 화폐 대체 가능해 민·형법 제·개정도 필요
가상화폐 이미지. (사진=이데일리db) |
8일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상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CBDC가 일반 가상화폐와 구분되는 별도의 법적 지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CBDC의 법적 성질을 밝히고, 발행 권한과 시스템 운영 가능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정순섭·정준혁 서울대 교수, 이종혁 한양대 교수와 함께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기존 법정 화폐와 교환비율이 1대1이기 때문에 현금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화폐 액면가가 정해져 있고, 발행량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되지 않도록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법 제47조에 따르면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CBDC는 기존의 통화법제상 법화로서의 요건인 ‘중앙은행에 의한 발권력 독점’, ‘강제 통용력’을 모두 충족할 수도 있어 법화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민간기업의 디지털 화폐와 달리 공식 통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과 명확히 구분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가상자산’을 발행주체 유무와 관계없이 폭넓게 정의하고 있어 CBDC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한은의 CBDC 발행 권한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은법 내에 추가적인 근거 규정 마련 필요성도 있다. 한은법 제49조, 제53조 등에 따르면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는 실존하는 한국은행권과 주화를 의미한다. CBDC는 가상공간에 존재하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발행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CBDC의 발행·유통·환수 등을 위한 CBDC 시스템은 지급결제시스템에 해당하므로 한국은행은 한은법 제81조 제1항 등에 따라 CBDC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에 대한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제81조에 따르면 한은은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은이 운영하는 지급결제제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CBDC 관련 민법, 형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제·개정 필요성도 나타났다. 민법의 경우 CBDC의 취득, 압류 가능 여부 등 다양한 사법적 이슈에 대비해 관련 원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또 CBDC에 대한 위·변조 관련 범죄 가능성을 고려해 이와 관련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등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CBDC에도 현금을 대상으로 한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CBDC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설정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와도 연관된다. 이에 따라 한은이 CBDC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하여 가상환경에서의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계획대로 수행하고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가 비대면 거래를 급속히 확산하게 하면서 이미 중국, 인도 등에서는 CBDC 관련 법안을 추진한 상태다. 한은은 국내 지급결제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올해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CBDC 경쟁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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