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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임성근, 헌법 제103조 위배했나…탄핵심판 쟁점 '법관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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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 탄핵심판 심리 돌입…임측 "사실관계부터"

헌재 '법위반의 중대성' 따질듯…법관 탄핵기준 제시 주목

뉴스1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2014.7.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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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을 위해 사건번호(2021헌나1)를 부여하고 주심을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전담 재판연구관 태스트포스(TF)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사 첫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위배했는지, 헌법·법률 위배 정도가 파면결정을 내릴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를 두고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헌법 제103조 '법관의 독립성'…임성근 측 "사실관계부터 따질 것"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61명은 탄핵소추안에서 임 부장판사가 재판관여 행위를 함으로써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주권주의, 적법절차원칙, 법관의 독립 조항, 형사소송법상의 재판의 불가변경력 등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쟁점은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조항이다. 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에서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위헌적'이라 봤는데, 이 부분에 대한 헌재의 명확한 판단을 구하는 게 이번 탄핵소추안의 주 목적이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Δ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 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 지시 Δ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관여 등이다.

1심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가토 다쓰야 재판 및 민변 체포치상 사건에 대해선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자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 공판회부절차에서도 재판관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 측은 "사실관계부터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탄핵소추안과 검찰 공소장에 쓰여진 사실관계는 소추자와 기소자가 자기 입맛에 맞게 각색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디테일들이 다 달라 이 부분에 대해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다투기 위해 증거자료와 증인을 충분히 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탄핵소추안의 가결 절차에 법적 흠결이 있는지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판사 측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신중한 사실조사 없이 검찰의 공소장과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탄핵심판을 청구한 것에 반발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 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직간접적인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인데, 임 부장판사 측은 기피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고 논의할 부분"이라면서도 "사실상의 접점이 있는 이상 뭔가 거기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불만이나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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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2021.1.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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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법 위반의 중대성'…법관에 대한 탄핵기준 '주목'

법조계는 임 부장판사의 사건 구조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헌재가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고 헌법·법률 위반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법 위반 정도의 중대성'에 따라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 예상한다. 노 전 대통령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도 '중대한 법 위반'이 파면 인용·기각 결정을 가른 중요한 기준이 됐다.

헌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어긴 사실을 인정했지만 위반행위가 "적극적·능동적·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요건으로 Δ헌법수호 관점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법 위반 Δ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한 뇌물수수, 부정부패 등으로 국가의 이익을 해하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 등을 꼽았다.

반면 헌재는 2017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전직 대통령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을 덜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재판부는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야구선수 도박죄 공판절차회부 재판 관여에 대해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는 점은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8일 성명에서 "대법원장이 관련 부장판사를 이미 재판 개입 등으로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는 점은 법관 탄핵의 요건인 '헌법의 중대한 위반'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돼 자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다. 임 부장판사가 2월28일자로 임기 만료를 앞둔 데다 법사위의 조사절차도 없었기 때문에 3주 안에 구두변론, 증거조사 등 모든 절차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퇴직날짜를 넘겨 '각하'되더라도 반대의견 등을 통해 법관의 탄핵기준을 마련할 순 있다.

이탄희 의원은 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탄핵소추 절차를 밟은 취지는 판사 개인 한 명을 탄핵하는 데 있기보단 공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직업윤리와 행위의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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