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부정 행태가 코로나19 피해 키워”…여론 흐름에 촉각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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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나만 따르라’로 대변되는 마초 리더십들이 탄핵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마초 리더십의 대명사 격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란 선동 혐의로 9일(현지시간) 탄핵심판이 개시되는 가운데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의 의사와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브라질 현지언론에 따르면 의사와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하원에 탄핵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실을 무조건 부정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가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며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나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행동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연방공화국 대통령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극단적인 현실 부정으로 국민 보건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지도자들이 같은 이유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하원에 제출했다.
탄핵 요구서에는 가톨릭과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등 개신교계, 17개 기독교 단체 대표 등 380명이 서명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지도자들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루 뒤에는 좌파 성향의 6개 야당이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내면서 정치권에서도 탄핵 논란이 확산할 움직임을 보인다.
2019년 초 보우소나루 취임 이래 지금까지 2년여 만에 하원에 접수된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60건을 넘는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탄핵 요구서가 가장 많았던 것은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68건) 때이지만, 이는 2011년 1월 취임 이래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날 때까지 집계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찬성 42%, 반대 53%였다. 반대 의견이 우세하지만, 최근 들어 시민단체들이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 나서고 있어 여론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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