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현 2차장,박 원장, 김선희 3차장. 2021.2.16/뉴스1 |
[the300]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문건 목록을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겨냥해 선거 쟁점화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업무보고 때 이명박정부 때 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건 목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오전 업무보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목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상임위 차원에서의 의결을 통해 사찰 자료 목록을 제출받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정원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한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을 수 있는데, 정보위원 12명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을 추진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Δ불법적 사찰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 및 사과 촉구 Δ국정원의 선제적 사찰성 정보 공개, 해당 자료의 폐기 Δ국회 차원의 불법성 정보수집에 대한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노력 Δ국정원을 비롯한 각 정보기관 등의 사과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명박정부 시절 이뤄진 국정원의 불법 사찰 활동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다. 여당 정보위원들은 지난달 국정원으로부터 TF 활동 결과 파악된 불법 사찰 현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불법 사찰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나와 있다"며 "박근혜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불법 사찰 활동이 박근혜정부에도 있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사찰 대상에 대해서도 "18대 국회의원 전체,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해 아주 낱낱이 조사하라는 지시"라며 "야당과 친박계 의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고 언론계, 법조계 부분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래 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자료에는 돈 씀씀이 등 사생활까지 담겨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져 충격적"이라며 "불법사찰은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이명박정부의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어디까지 드러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박형준 예비후보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보선에 미칠 파장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예비후보는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비서관과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민주당에선 박 예비후보가 이명박정부 시절 불법 사찰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국정원의 선거공작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MB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겨냥, "정치적 술수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 정치적 술수가 한발 더 나아가면 정치공작이 된다"며 "오래 전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대표까지 ‘충격적인 일’이라며 바람을 잡고 나섰다"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박 예비후보도 같은 날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당시 청와대에서)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거대한 정치공작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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