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5만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 7월 처음 거래된 지 10년 7개월 만이다. 1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32분(한국시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5만191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동안 약 4% 상승하면서 처음 5만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만 73% 급등하면서 비트코인 시장 규모는 940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게 됐다.
지난해 말까지 상승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 들어 상승 동력을 잃고 있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8일 1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밝히면서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용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날 비트코인 가격은 16% 뛰었다.
이후 주류 금융사나 기업이 새로운 투자 대열에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인 마스터카드는 11일 결제 시스템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뉴욕멜론은행도 같은 날 고객들이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신설 사업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월가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월가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기세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도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최근 자사가 운용하는 두 개의 펀드가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인정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OSC)는 11일 세계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 심사를 통과한 퍼포스 비트코인 ETF(Purpose Bitcoin ETF·BTCC)는 토론토증권거래소(TSX)에서 연내 거래가 시작될 전망이다.
캐나다가 선수를 치자 미국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 ETF 상장에 가장 적극적인 반에크는 지난해 말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최근에는 비트와이즈 역시 '크립토 이노베이터스 ETF'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론도 여전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 비교할 때 비트코인에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상승세를 극단적인 거품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이체방크가 627명의 시장 전문가 응답을 기반으로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89%는 일부 금융 시장이 버블 수준에 있다고 판단했고, 비트코인은 '거품 점수' 10점 만점 중 10점으로 평가받았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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