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독 등 31개국 보건당국
‘당뇨 위험 징후 없다’ 공인
피타바스타틴 안전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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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은 말 그대로 혈액 속의 지질 성분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지질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대표적이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으면 혈관 벽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혈전을 만들어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심하면 혈관이 좁아지다 못해 막혀 심근경색·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이는 플라크 생성을 저하해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된다.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려야 혈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려면 식사 조절, 운동, 체중 조절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그래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교정 대상은 LDL 콜레스테롤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먹는 음식보다 체내에서 체질적으로 생성되는 비중이 훨씬 크다”며 “약물치료로 얻을 수 있는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음식 조절로 인한 효과의 약 10배”라고 설명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에는 ‘스타틴’ 계열 약이 주로 쓰인다.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약제 중 하나로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뇨병 우려에 약 끊으면 오히려 위험
하지만 2008년부터 스타틴이 당뇨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2년부터 모든 스타틴 계열 약에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추가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전문가는 여전히 스타틴을 환자에게 처방한다. 당뇨병 발생을 우려해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스타틴은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심근경색·뇌경색 발생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당뇨병 발생이 조금 늘어나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스타틴을 복용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커지므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요구된다.
스타틴을 복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당뇨병이 생기는 건 아니다. 혈당이 정상보다 높은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 비만인 사람, 연령이 높은 사람, 여성 등에게서 당뇨병이 좀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진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는 스타틴 복용 시 혈당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는지 살피면서 치료한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 연구서 당뇨병 발생률 3%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빈도는 약 종류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중 피타바스타틴은 당뇨병에 대한 안전성이 비교적 꾸준하게 확인된 스타틴 계열 약이다. 2014년 일본 도쿄대 의대 오다와라 마사토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내당능장애(당뇨병 전 단계)가 있는 이상지질혈증 환자 1269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피타바스타틴이 위약군보다 당뇨병 유발 위험이 18%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학술적 근거를 기반으로 영국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은 2016년 피타바스타틴 제제의 약 설명서에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는 스타틴 계열 약물 중 유일하다. 이어 독일·프랑스 등 해외 31개국의 보건당국에서도 해당 내용을 공인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다. 대한심장학회 50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 환자 등록사업에 등록된 2400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의 당뇨병 발생률이 3%에 불과해 다른 스타틴 계열 약들보다 낮았다.
약물치료를 할 땐 환자의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두루 따져 적절한 약제와 용량·용법을 결정한다. 따라서 당뇨병 발생을 우려해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먹으면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스타틴 약 복용 후 보통 2주에서 한 달이 지나면 약물 효과가 나타나면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다”며 “치료 목표치에 도달해서 혹은 부작용을 우려해 임의로 약을 끊으면 생활습관을 잘 조절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시 상승하기 때문에 주치의가 정해준 용법·용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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