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침향 추출물 투여 그룹
‘스트레스 호르몬’ 현저히 감소
향 성분은 예민해진 신경 이완"
과학이 밝혀낸 침향의 효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연일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몸이 더 움츠러들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때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재로 침향(沈香)을 즐겨 사용했다. 귀한 재료로 여겨지는 침향은 침향나무가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외력이나 벌레 등에 의해 침향나무가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끈적끈적한 액체인 수지(樹脂, 나무 기름)를 분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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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은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데 도움을 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는 효능 덕에 여러 질환과 증상에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침향에 대해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명나라의 약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치매·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도움 기대
침향의 약리 작용은 전통 의학을 넘어 현대 과학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침향의 효능은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과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침향 추출물이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국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침향이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비교 관찰했다.
연구팀은 쥐를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그룹의 쥐에게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했다. 인위적인 스트레스 환경에서 뇌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5.2배 증가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람으로 치면 코르티솔에 해당한다. 이후 연구팀은 각 그룹에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 결과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에서 뇌 활성산소가 현저하게 줄었고,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도한 스트레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에 관여하는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같이 현대인에게 만연한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에 유효한 약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전에도 항염증·항박테리아와 신경 전달 조절 같은 침향의 약리 작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꽤 있다. 침향의 독특한 향을 구성하는 성분인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은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신경을 이완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 명시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내용은 침향의 아가로스피롤 성분 덕분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침향의 또 다른 주요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식물에서 추출되는 항산화 성분으로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침향의 유황 성분은 항균 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액순환을 개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하고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가 안전성 입증한 제품 선택
침향을 복용할 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침향은 기본적으로 열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침향을 과용해서도 안 된다. 본인의 체질이나 증상에 맞더라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두통·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침향을 먹을 땐 소량씩 다른 재료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심혈관을 강화하는 한약재인 우황·사향·산수유·당귀 등과 함께 침향을 가감해 약효를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전신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침향을 녹용 같은 주요 한약재와 일정 비율로 배합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원재료·함량을 꼼꼼히 살피고 방부제 등 인공 첨가물이 함유된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침향 배합 제품도 나오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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