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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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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향나무 무단 벌목, 중구의회 "대전시장 규탄"…시의회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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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향나무 128그루 무단으로 잘라내

공사 과정, 충남도·문화부 등과 협의 안해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 울타리에 있던 70~80년 수령의 향나무를 무단 벌목한 것과 관련해 대전시의회가 침묵하는 가운데 중구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대전중구의회 의원들이 24일 오후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정문 앞에서 허태정 대전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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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의회는 24일 오후 2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정문에서 ‘대전시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근대건축물을 불법으로 훼손한 대전시의 불법행정에 주민들이 분노한다”며 “대전시장은 불법적 폭주 행정을 멈추고 시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밝혔다. 성명서 작성에는 중구의회 11명 의원이 모두 참여했다.



중구의회 "시민은 상상할 수 없는 일 대전시장이 자행"



중구의회는 대전시가 국가 공모사업으로 소통과 협력공간을 만들면서 무허가 불법공사를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일반 시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대전시장과 공무원들이 추진했다는 게 중구의회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전시의 행정을 규탄하면서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도 요구했다.

의원들은 “건축법상 반드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공사인데도 (허태정) 대전시장은 중구청장의 허가는 물론 협의를 한 적도 없다”며 “중구청 바로 앞에서 구민과 중구 행정을 유린했다”고 덧붙였다.

김연수 중구의회 의장은 “대전시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충남도,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향나무 100여 그루를 무단 벌목했다”며 “역사적·시대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급 근대 건축물을 훼손한 대전시의 불법행위에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 제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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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지난해 옛 충남도청(대전시 중구 선화동) 의회 동과 부속건물을 증·개축, 회의·전시공간으로 만드는 ‘소통 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울타리에 있던 수령 70~80년 된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한 뒤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소유주인 충남도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옛 도청 내 무기고와 우체국 등 부속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관할인 중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으면서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건물은 2층 바닥과 대들보 주 계단 등이 절단됐고 붕괴위험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정 대전시장 "시민께 걱정 끼쳐 송구스럽다" 사과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시민께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대전시장으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대전시는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사업의 책임을 물어 담당 국장도 전격 교체했다.

중구의회가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시의 불법행정을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정작 대전시를 견제·감독해야 할 대전시의회는 침묵하고 있다. 대전시의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22명 중 21명)으로 허태정 대전시장과 소속 정당이 같다.

중앙일보

최근 대전시가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과정에서 향나무 128그루를 무단 제거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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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우해자(국민의힘) 의원은 “대전시장과 집행부의 불법·무능 행정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는 것은 침묵을 넘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시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에 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22일 허태정 대전시장과 담당 공무원 2명을 공용물건 손상 및 직무유기,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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