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연구개발 지원 강조…"일부 국가·소비자 포기할 수밖에 없어"
"소프트웨어 분야서 '인천상륙작전' 방지해야"
MWC 상하이 2021 행사장의 화웨이 전시장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華爲)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그나마 현재 구할 수 있는 '삼류 부품'을 갖고 '일류 제품'을 만들라고 임직원들에게 요구했다.
25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화웨이 창업자인 런 CEO는 연두 업무 회의에서 "앞으로 화웨이는 삼류 부품을 갖고 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과거 우리가 비축한 것은 모두 최첨단 부품들이었지만 미국의 전면적 봉쇄로 이제는 상업 부품들까지 구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런 CEO는 화웨이가 당장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화웨이가 중국 내 부품 공급사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 CEO는 "(화웨이 자신의) 최첨단 기술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가운데 협력사들이 삼류 부품을 일류 부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현재 화웨이는 이미 기술 인력으로 구성된 '고향으로 내려보내는 팀'(還鄕團)을 조직해 협력사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수차례에 걸쳐 강화된 미국의 제재 영향으로 화웨이는 반도체 칩을 비롯한 많은 핵심 부품을 구하지 못해 사전에 사재기해 놓은 재고 부품에 의존해 겨우 사업 명맥만 이어나가고 있어 스마트폰 등 핵심 제품 출하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런정페이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전과 같은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 일부 시장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전략적 관점에서 우리는 기꺼이 일부 국가, 일부 고객, 일부 상품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전선과 책임을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CEO |
런 CEO는 올해 작년 화웨이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지만 이익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제재로 양대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충격이 가장 먼저 가시화한 가운데 런 CEO는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소비자 제품군의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런정페이는 "스마트폰 사업이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8' 상품을 더욱 많이 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소비자 사업 부문의 '난니완'(南泥灣)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가전 부문에서 '1+8' 전략을 편다. '1'은 모든 스마트 기기의 핵심인 스마트폰을 의미하고 '8'은 스마트TV, 태블릿PC 등 8대 중요 기기를 말한다.
'난니완'은 중국 산시성 옌안 인근의 계곡이다. 과거 중국 공산당 팔로군은 난니완의 황무지를 개척해 군량을 자급하면서 일본군과 싸웠는데 이후 중국에서 '난니완 정신'은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내와 투지를 뜻하는 말이 됐다.
한편, 런 CEO는 화웨이가 비록 현재 미국의 제재로 하드웨어 제품 공급에 큰 차질을 겪고 있지만 하드웨어 기술력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까지 미국의 추가 공격 여파가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현재 조작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 핵심 분야 소프트웨어 연구를 마치고 이를 기초로 자동화, 지능화 등 기술을 탐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천상륙작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는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2019년에도 한국전쟁의 판도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을 비유로 들며 미국과 정면으로 싸우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런 CEO의 발언은) 미국 블랙리스트 하에서 이 회사가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삼류 부품으로 일류 제품을 만들겠다는 런 CEO의 전략이 먹힐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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