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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인터뷰]"스포츠 학폭 미투, 선수 아닌 시스템에 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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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정신의학 전문가 한덕현 중앙대병원 교수

"스트레스 무조건 나쁜 것 아냐…관리가 중요"

뉴시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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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스포츠계의 이른바 '학폭 미투' 논란이 거세다. 프로배구 선수에게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에서 시작된 '학폭 미투'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폭로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단순 폭행에서 집단 폭행으로 이어지더니 24일에는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시절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동성 성폭행 폭로까지 등장했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징계를 받거나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학폭 논란이 처음 제기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남자 프로배구 박상하 선수는 학폭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인정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선수들의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 진료를 장기간 해 온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5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계의 '학폭 미투'와 관련해 "국민들이 해당 선수가 좋다, 나쁘다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 보다는 전체 시스템을 건전한 쪽으로 끌고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선수들을 상담 하다보면) 가해자도 있고, 피해자도 있다"며 "특정인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에 맞춰지면 폭탄 돌리기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스포츠계의 시스템이 개편되는 방향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선수 올바른 자아 형성 위한 제도 개편 필요



이번 스포츠계의 학폭 논란은 학생 선수들의 합숙소 단체생활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선·후배, 감독·학생 간 잘못된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학생 선수 5만755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4%인 1만9687명이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폭력 등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부 합숙소를 폐지하는 등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더불어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호와 올바른 자아 형성 등을 위해 학교와 정부 등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교수는 "학교 공부와 운동을 같이하자는 취지로 주말리그 등을 하고 있는데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주말리그를 만든 이유는 아이들이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익히고 사회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교양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소한의 교양능력은 어느 수준인지, 주말리그가 교양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운동수행 능력은 감소됐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를 갖고 감독과 코치, 선생님, 학생들을 설득하며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먼저 찾는 전문가…"스트레스 극복하며 최고점 오르는 것"



한덕현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스포츠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의학 분야이지만 스포츠 선수들의 정신건강 관리, 이른바 '멘탈'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상담이나 진료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한 교수는 "예전에는 내가 팀 감독이나 사장을 만나 (상담 등을) 해보라고 권유를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선수들이 먼저 구단이나 협회에 요청을 해서 저를 먼저 찾고 있다"며 "상담 등에 대한 요구가 엄청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선수들은 경쟁과 승패에 대한 압박, 과도한 훈련 및 부상, 은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심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이는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스포츠라는 것은 경쟁 그 자체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면 '꼭 성공해야 한다', '내가 가족이나 팀 그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등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우울감이 있다고 그것이 불안증이 되고, 우울증 등 질환으로 반드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스트레스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관리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주변의 스트레스를 하나씩 극복해가면서 최고점으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스트레스는 나쁘고, 다 없애자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 교수는 선수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너가 잘 하니까 좋은 선수이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잘하려고 하는게 아니다"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한다.

한 교수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아니면 당장 올림픽 결승전을 앞둔 선수이든 '너의 금메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너가 잘하니까 금메달을 따는 것이지 기적이 일어나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며 "스포츠 정신의학의 목표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과 그 재능에 버무려진 노력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그 특징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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